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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文 대북구상, '리모델링'되나 '재건축'되나


입력 2022.01.31 00:30 수정 2022.01.31 08:2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이재명, 文 계승하되

'잘못된 행동' 지적 공언

윤석열, '북한 비핵화' 추구

文 대북정책 '전제'부터 '거부'

(오른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데일리안

문재인 정부 대북구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가동 중단 2년여를 맞은 가운데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찍이 평화프로세스 계승을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리모델링' 의지를 밝혔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북정책 뼈대부터 손보는 '재건축'을 예고한 상태다.


李, 평화프로세스 '보완'
尹, CVID 추구 입장 밝혀


이 후보는 문 정부 대북구상을 계승하되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군사행동을 도발로 규정하지 못하는 등 지나친 저자세로 국민 지탄을 받자 일부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위성락 실용외교위원장은 "이 후보 대북정책이 이념 중심적이고 유화적이라는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며 "이 후보 대북정책은 현실주의 및 실용주의가 확고하다. 대북협상 및 관여를 유연하게 추진하면서도 북한의 약속 파기 및 잘못된 행동에는 정면 대응하겠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화와 협상뿐만 아니라 인센티브(이익)와 디스인센티브(불이익), 제재 및 압박 등 다양한 조치를 혼합해 사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후보는 문 정부 대북 접근법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사실상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다.


윤 후보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성한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은 "윤 후보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 삼고 있는 문 정부 대북정책에 선을 그었다.


특히 북한의 히스테릭한 반응으로 문 정부가 입에 담길 삼가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추진 의지를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단계적 접근' 필요성 공감대
각론에선 차이점 뚜렷


기본 전제가 다른 두 후보의 대북정책은 '방법론'에 있어서만큼은 교집합이 뚜렷하다. 실제로 양 후보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잠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접근법이지만, 북한의 핵 고도화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다만 양측은 단계적 접근법의 '각론'에 있어선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李, 조건부 제재완화 전제로
단계적 동시행동 모색


우선 이 후보 측은 '조건부 제재완화'로 평가되는 스냅백(snapback)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상 진전을 위해 일부 제재완화를 제공하되 북한이 비핵화 조치 등 합의 사항을 어기면 언제든 제재를 복원해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자신의 핵심 대북구상을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으로 규정했다.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완화를 동시에 실행하되, 북한의 약속 미이행 시 제재를 즉각 복원해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후보 구상과 관련해 위 위원장은 포괄적 해법 도출을 위한 전체적 접근법과 다각적 조치를 강조하며 "가능한 (단계적 접근의) 조각 크기를 키워 비핵화, 안보, 평화와 같은 큼직한 주제를 첫 합의부터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살라미 전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와 제재완화를 맞교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지난 5년간 개발한 한미일 타격용 신무기를 대거 공개한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尹, 비핵화 로드맵 먼저
제재완화는 나중에


윤 후보 측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 이전에 제재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재완화 카드를 '유인책'으로 고려하는 이 후보 측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전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며 "스냅백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의 미중관계와 미러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신뢰를 깨더라도 제재를 복원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 대(對) 중국·러시아'라는 대립구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3개국 대북공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가 컨센서스(만장일치) 형식으로 도출되는 만큼,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균열을 내고 싶어 하는 중국·러시아가 한번 느슨해진 제재에 대한 복원을 방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후보는 이같은 정세 여건을 고려해 제재완화 '조건'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언급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북한 문제의 "가장 첫 단계는 국제적 검증을 받는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히 오픈해서 검증을 받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핵개발 시설의 전면적인 사찰을 허용한다면 제가 북한의 산업개발과 경제지원을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북측이 핵 시설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 중도하차'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접근법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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