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노역 피해현장인 사도광산(니가타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일본 집권 자민당이 본격적인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민간 태스크포스를 결성하는 등 전례를 찾기 힘든 '역사 전쟁'이 시작될 모양새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일본 다수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키자기 시게키 관방 부장관보를 수장으로 하는 대응 TF를 설치할 방침이다. 다키자기 부장관보는 한반도를 담당하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출신으로 한일 갈등 현안을 실무에서 잘 알고 있는 인사다.
새로 발족될 TF를 보수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역사전쟁 팀'으로 부르고 있다. 우익언론 석간후지는 "총리관저 안에 설치되는 범정부 '역사전쟁 팀'은 역사의 진실을 국제사회에 호소해 국익을 수호한다는 목적"이라면서 "한국 등에서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하나하나 증거를 들어 반론을 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석간후지는 "2015년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에도 한국이 하시마 탄광(군함도·나가사키현)에서 강제연행이 있었다며 반발했지만,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역사전쟁 팀을 만들어 대응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당초 한국의 반발 등으로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심사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올해는 보류하고 내년 이후로 등재 신청을 미룰 방침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선 27일 "올해 또는 내년 이후 중 어느 쪽이 등재 실현 가능성이 클 것이냐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자민당 내 보수파의 압박이 이어지자 하루 만에 "한국 정부와 역사 전쟁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두 차례 통화한 뒤 생각을 바꿨다는 뒷이야기가 나왔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SNS 등에 "한국이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이어 본인 총리 재임 당시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 탄광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과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연기한다고 사태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2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거듭된 경고에도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때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