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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드라마선 부작용, 예능에선 감동 코드…TV 파고든 과학 기술 딜레마


입력 2022.02.08 14:13 수정 2022.02.08 14:1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얼라이브’가 복원한 고 임윤택의 목소리

상업적 이용 피하기 위한 노력 강조해

AI가 만들어낸 가상 인간이 인플루언서가 되는가 하면, 가상의 아이돌이 앨범을 내고 데뷔를 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인간과 가상 인간의 구별을 분명하게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점차 그 간극이 줄어들고 있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성큼 들어오면서, 이를 소재로 삼거나 활용하는 드라마, 예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먼저 드라마들은 상상력의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로봇이 아니야’(2017), ‘너도 인간이니?’(2018) 등 앞선 드라마들이 ‘AI 로봇과 사람과의 교감’이라는 다소 익숙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장르와 방식으로 소재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드라마 ‘스타트업’에서는 AI 개발에 뛰어든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에서는 AI 냉장고를 소재로 삼았다. 알리고 싶지 않은 데이터까지 AI가 알게 되고, 이것이 갈등 촉발의 원인이 되면서 AI의 이면에 대해 보여주기도 했다.


ⓒ티빙

지난해에는 세상을 떠난 딸을 AI로 복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희수’와 AI 상담원으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콜센터 상담원의 이야기를 다룬 ‘박성실 씨의 사차 산업혁명’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기술의 발달이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흥미롭게 담아내며 장르적 재미를 선사했었다. 로봇 이야기 등 상상의 영역에서만 다뤄지던 소재였지만, 이제는 현실의 영역에서 이를 다루며 색다른 재미들을 주고 있다.


예능은 소재로 삼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신세계로부터’는 화려한 가상세계를 구현, 기존의 버라이어티 예능과는 다른 재미를 안겨줬으며,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감동을 유발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지난해 SBS는 인간과 AI의 대결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을 통해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었다. MBC는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는 VR 기술로 구현해낸 가상세계에서 세상을 떠난 딸과 재회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아 감동을 선사했으며, 엠넷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이하 ‘다시 한 번’)에서는 김광석과 김현식, 터틀맨을 복원해 이들의 무대를 다시 보게 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최근 EBS ‘누구세탁소’에서는 페이셜 캡처 기술을 활용, 이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을 가능케 하는 등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메타휴먼과 페이셜 캡처 기술을 활용해 부모의 젊은 시절의 얼굴을 3D로 구현했고, 이후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이 동갑 친구로 만나는 모습을 담았다. 어색해하던 이들이 진짜 친구처럼 대화하며 거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졌다.


다만 대다수의 예능들이 선한 활용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그 대상이 실존 인물이 될 경우에는 윤리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나아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지고 가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지목이 되기도 한다.


‘다시 한 번’에 이어 이번에는 임윤택과 유재하를 무대 위로 다시 소환한 티빙 오리지널 ‘얼라이브’는 앞선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점에 대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기존 프로그램들은 커버 곡 모창을 했다면 온전한 목소리로 신곡 발표는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상업적 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PD는 “유족들을 찾아가서 취지를 말씀드리고 동의를 얻는 것을 우선적으로 했다. 고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노력했다. 또 음원의 수익금은 고인의 유가족에게 돌아가고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발생하는 수익을 ‘기부’로 연결하면서 프로그램의 선한 의도를 지킨 셈이다. 상상이 현실로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긍정적이고, 선한 의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더욱 섬세하고 깊은 고민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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