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안철수와 '악연' 김종인·이상돈·윤여준 '연쇄회동'
지지율 정체 타개 위한 외연 확장·김혜경 리스크 돌파
일각선 '安과 단일화' 진척 없자 '반안계' 선택 시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시작으로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 80분간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7일에는 은사이자 과거 새누리당(現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8일에는 '보수의 책사'라고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장관은 이 후보에게 집권 시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초대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이 후보가 요청하자 수락했다.
이 후보가 만난 세 사람은 모두 중도·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3·9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율 정체'가 계속되자 '외연 확장'을 통한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설 연휴 전후로 집중적으로 제기된 배우자 김혜경 씨를 둘러싼 '황제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돌발 악재로 민심이 심상치 않자 '이슈 전환'으로 국민과 언론의 시선을 분산시키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일각에선 "이 후보가 '반안(反安·반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세 사람을 연쇄회동을 한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또는 연대 구상이 잘 진행되지 않자, 대체 전략으로 '반안계' 인사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과 이 전 의원, 윤 전 장관은 모두 안 후보와 '악연'인 사람들"이라며 "이 후보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나 연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안으로 반안계를 포섭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에 대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정치를 잘못 배웠다" 등의 맹비난을 퍼부었고, 안 대표도 김 대표를 향해 '차르 패권', '낡은 리더십'이라고 비판하면서, "두 사람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안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을 때도 두 사람은 격한 감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이 전 의원과 윤 전 장관은 한때 '안철수 멘토'였지만, 결국 '정치적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 전 의원은 안 후보에 대해 "정치적으로 종친 사람"이라고까지 표현했고, 윤 전 장관은 "신념이 부족해 눈앞의 이해득실에 매달린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안 후보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지만, 싸늘한 반응만 돌아온 상태다. 국민의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안 후보는 거듭 거대 양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독자 완주'를 외치고 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는 계속 거론되고 있고 '담판론'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전국 자영업자·소상공인 단체 대표단과의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책 연합도 가능하고, 후보들이 끝까지 완주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방안도 있고, 단일화를 하는 방안도 있다"면서도 "주로 야권 내에서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어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는 매우 섣부르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단일화는 주변 사람들이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지만, 결국 후보 당사자의 결단의 문제"라며 진행 상황이 녹록하지 않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좋겠지만, 안 후보와의 단일화보다 더 중요한 건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