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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엄연한 중국인, 투표권도 주지 마라"…도 넘고 있는 중국 비난


입력 2022.02.14 05:40 수정 2022.02.13 12:19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베이징 올림픽 계기, 반중 정서 및 혐중 현상 증폭…중국인 유학생, 조선족까지 무차별 비난

시민들 "집단 폭행도 아니고 중국인들은 수시로 댓글테러 하는데…'짱개' 단어 좀 썼다고 혐오?"

"조선족 스스로 중국인라고 생각하는데 왜 자꾸 한국 동포라고 하는지 의문"

전문가들 "똑같은 감정적 표현 자제하고 품위있고 신중하게 대응해야…협력 대상들 조직화할 때"

중국인 비난 게시글.ⓒ트위터 캡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과 조선족 등을 향한 비난까지 과격하게 증폭돼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혐중(嫌中·중국 혐오) 현상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품위있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표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자국 선수 2명이 편파판정 논란으로 실격하자 중국인들을 향한 욕설에 가까운 표현들이 연일 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고, 중국인 유학생과 조선족으로까지 무차별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모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곳곳에는 '혹시 중국인 유학생 있으면 알아서 자퇴해주세요', '중국인들 보이지 마라. 광안리 핵주먹 바로 나간다', '재학 중 중국인 만나면 쥐어패도 합법이냐' '중국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등 글이 올라왔고,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동조했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이모(31)씨는 "집단 폭행이 발생된 것도 아니고, 온라인상에서 중국인들도 한국인에게 댓글테러하고, 우리 문화를 중국 하위문화로 폄하하는 시도들이 비일비재한데, '짱개'라는 단어 좀 썼다고 무턱대고 '혐오'라고 단정 짖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 이유가 있으니 욕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대 직장인 김모(29)씨는 "조선족은 스스로 중국인이라 생각하는데 왜 자꾸 한국 동포라고 하는지 의문이다"고 주장하고 "스포츠 경기를 하면 중국팀을 응원하고, 평소에도 한국인인척 하면서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봉사하는 등 정체성은 이미 엄연히 중국인인 만큼 지방선거에서 조선족에 투표권을 주는 것도 못마땅 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국 유학생 비난 게시글.ⓒ인터넷 커뮤니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원에 거주하는 박모(30)씨는 "그간 미세먼지, 코로나로 주변국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자국에서 발원된 바이러스조차 자기네 것이 아니라고 우기고, 우리 문화를 자기네 문화라고 우기는 중국을 누구도 좋게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혐오 표현으로 똑같이 대응해선 안 된다. 그럼 똑같은 사람들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정모(34)씨도 "중국이 아무리 저급하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대응해야 한다"며 "개개인의 말과 행동이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상대방이 욕한다고 해서 같이 욕해봤자 감정싸움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인 유학생이나 조선족 등을 향한 비난도 그대로 방치하면 비난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비난이 특정 부류나 개인을 향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반감을 이해한다면서도 표현의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너무 우리만의 여론몰이 방식보다는 보편적인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중국 유학생은 한국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온 친구들이고, 중국 동포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데, 그 국가에 속한 사람 전체를 비난하면 결국 고립된다"고 조언했다. 김 평론가는 특히 "중국의 변화를 원하는 것이라면, 협력할 수 있는 대상을 조직화해야지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가나 인종을 짱X 등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우려스럽다"며 "온라인상에서 화가 난다고 비하 단어를 쓰는 것은 관심 받고 인정받고 싶은 심리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 같은 공격적인 표현은 내가 속한 집단을 공고히 하려는 심리에서 오는데 우리도 언제든지 이런 공격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서로 공격 수위만 높아질 뿐이지,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 개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과격한 표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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