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연 2.9%에 최대 6억대 대출
대출10%대 목표, 포트폴리오 확대
안정적 구현·대출규제 극복 관건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다. 금리상승기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6%에 육박한 가운데, 최저 2.9%금리를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후발주자인만큼 한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했다. 그간 신용대출에 한정됐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다만 난이도가 높은 주담대 상품을 비대면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수시로 바뀌는 금융당국의 정책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카톡하듯 주택 대출 받으세요”
카카오뱅크는 15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선보였다. 카뱅의 주담대는 오는 22일부터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소재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행이 가능하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원, 대출 금리는 최저 2.989%(14일 변동금리 기준)이다. 송호근 카뱅 주택담보대출 스튜디오 팀장은 “카뱅의 주담대 금리는 평균적으로 타행의 금리보다 가장 낮을 것이고, 그런 정책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주담대 상품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추후 보금자리론 같은 장기 고정금리 상품도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은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다. 고객이 카카오뱅크 앱을 통해 주담대를 신청하면 챗봇 안내에 따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반영한 대출 금리와 한도가 제시된다. 다만 주담대 진행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이나 소유권 이전 등기 같은 까다로운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원화 방식을 택했다.
백희정 카뱅 주택담보대출 서비스셀 팀장은 “영업점을 통한 대면에서 오는 심리적 안도감과 안정감을 위해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며 “대면 과정과 유사하게 대화가 완결성 있게 진행되는 부분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카뱅이 협약을 맺은 법무사가 고객을 찾아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비자가 소유권 이전 때는 대면을 더 선호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머지 기존 주택구입자금 대환 대출, 전세자금 반환 대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전자등기를 통해 100% 비대면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올해 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도 100% 면제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추후 상황을 보면서 정책 연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주담대 가능 대상 지역과 가격 한도(9억원 이하), 아파트 외 빌라 등 주담대 대상등도 차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 완전한 비대면 가능?...‘전세대출 사태’ 우려
카뱅은 올해 하반기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도 출시한다. 앞서 경쟁사인 케이뱅크도 1분기 중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해 상품을 개발중이다. 카뱅이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의 신용대출만으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중저신용 대출 확대 정책으로 카뱅이 지난해 4분기 신용대출 잔액은 3000억원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올해 카뱅의 대출 성장률 전망을 예년보다 큰폭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가입자 1800만명에 육박한 카뱅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은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카뱅은 올해 대출 성장률을 10% 중후반대로 잡고, 주담대 비중을 50% 이상으로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 전망만 깔려있지 않다. 우선 비대면 상품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7월 카뱅은 영업일 기준 3일 안에 전세대출심사 결과를 알려준다는 마케팅을 내세워 이목을 끌었지만, 소비자가 몰리자 전월세대출 지연 사태로 수십명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송호근 팀장은 “시중은행에서 최소 3년~20년 경력자들을 채용하고, 서류•심사 물량보다 2배 정도 규모로 인력을 확충했다”며 "CBT나 CBO등을 통해서 사전 테스트도 완벽하게 마친만큼, 전세대출 사례의 아픈 기억은 과거에 묻어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4%로 축소된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담대 수요를 예년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도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정부 감독방향과 정책을 비대면 대출상품에 신속하게 반영해야 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난이도의 주담대를 비대면으로 제대로 구현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몰릴 수 있는 대출 수요와 개개인마다 다른 DSR 한도 충족,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사고 등에 얼마나 매끄럽게 대응할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