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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확진자와 대화했네요"…거리 활보하는 숨은 전파자들


입력 2022.02.18 05:26 수정 2022.02.21 01:55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급증세로 '셀프방역', 밀접접촉자 관리 대폭 완화…확진사실 모르고 돌아다니고 일상생활

자가검사키트 정확도 최대 42%, 숨은 전파자 갈수록 증가…검사 안하면 찾기 어려워

시민들 "언제 어디서 코로나 걸린 사람 만났을지 모르니 수시로 검사할 수 밖에"

전문가 "60세 미만 기저질환자·미접종자도 PCR 검사해야…자가키트, 일주일 두 번은 해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3,926명으로 이틀 연속 5만명대를 기록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행한 '셀프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자가격리체계가 대폭 완화되면서 대부분의 밀접접촉자에 대한 PCR(유전자 증폭)검사도 사실상 사라진 데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 오류 확진자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숨은 전파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의 출발선이 잘못됐다며 PCR 검사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15일 서울 지역의 한 헤어숍에서 대화를 나눴던 미용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밀접접촉자가 됐는데도 이 사실을 몰랐다. 김씨는 "열나고 목이 아픈데 몸살기운이 있는 것 같다"는 미용사의 말이 떠올라 헤어숍에 문의해 확인해보니 담당했던 미용사의 검사 결과를 알려줄 의무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찝찝했던 김씨는 선별진료소를 찾아 자가검사키트 검사를 했고, 뒤늦게 미용사의 확진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몰랐는데 확진자와 대화를 했네요"라고 한숨을 쉬며 "예전엔 확진자가 있던 동선과 겹치면 문자를 발송해 PCR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가 왔는데, 이제는 이런 역학조사도 제대로 안 하니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밀접접촉자인데도 문자로 안내받은 것이 없고, 스스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했다. 음성이 나왔는데도 믿을 수 없어 선별진료소로 갔고, 1시간 반이나 기다렸는데도 PCR 검사를 못받았다.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생 심모(25)씨는 지난 14일 갑자기 얼굴에 열이 오르고 몸에 힘이 없어 약국을 찾아 자가검사키트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음성이 떴지만 보건소를 한 번 더 방문해 자가검사키트 검사를 했던 심씨는 양성이 나와 PCR검사를 받았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심씨는 "도무지 어디서 코로나19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자가검사키트 검사 결과만 믿고 보건소를 찾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일상생활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확진자들이 확진된 사실을 모르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밀접접촉자의 관리 기준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9일부터 변경된 방역당국의 기준에 따르면 밀접접촉자는 동거인 중 접종미완료자, 감염취약시설 내 밀접접촉자만 7일간 격리하면 된다. 그 외 시설에서는 밀접접촉자라고 하더라도 격리를 하지 않는 자율관리 대상자다. 자율관리 대상자는 코로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된다.


2021년 4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코로나19 진단용 자가검사키트가 놓여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여기에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도 논란거리다. 최초로 검사한 자가검사키트 검사 결과와 PCR 검사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 김준수는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신속항원검사를 다섯 차례 실시했는데 모두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PCR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나왔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자가검사키트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별하는 능력)를 최대 41.5%로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숨은 전파자'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 박모(30)씨는 "최근 2주에 한 명씩은 확진자가 나와 주기적으로 자가검사키트 검사를 받고 있는데 솔직히 코 좀 그만 쑤시고 싶다"며 "요즘은 본인이 확진된지도 모르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 정말 걱정된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데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만났을지 모르지 않나. 자가검사키트를 챙겨 다니며 수시로 코로나 검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밀접접촉자인지 모르고 일상 활동을 하거나 자가검사키트 음성 반응을 믿고 돌아다닐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PCR 검사 대상을 늘려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처럼 엄격하게 밀접접촉자 격리했다가는 규모가 너무 커져 사회가 제대로 안 돌아가니 완화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부작용이 크다"며 "밀접접촉자 중 바이러스가 들어와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격리가 안되고 돌아다니고 있다. 일부 밀접접촉자들을 수동 감시하는데 사실상 일상생활을 그대로 한다는 것 아닌가. 상당수가 집계되지 않은 채 누락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무증상이거나 경증이어도 전염력은 있어 숨은 전파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는 거다. 또 중증 사망 위험이 높은 60세 미만 기저질환자나 백신 미접종자도 PCR 검사를 해야 하는데 안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는 민감도도 떨어지는데 검사 받고 운 좋게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 만큼 시간이 걸리고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본적인 출발점이 잘못됐다. 밀접접촉을 해도 격리를 안 시키는데 숨은 전파자는 대부분 검사를 안하면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하고 "선별진료소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한 번 하는데 한 번 하는 건 의미가 없고 기본적으로 두 번 이상은 해야 한다. 애초에 선별진료소는 PCR 검사를 하고, 자가검사키트 물량을 주민센터에 돌려 국민들이 일주일에 두 번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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