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우크라이나 정세, 국제 철광석 가격에 영향
“수급난 발생할 경우 국내에도 간접 영향”
원자재 가격 상승 시…조선업계 후판 가격 협상 어려워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상승할 경우 후판 가격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고, 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제 철광석 가격은 t당 138.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89.83달러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3개월 가량 지속 상승해 지난 11일에는 149.3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철광석 가격에는 중국의 원자재 수급관리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지정학적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철광석 생산량은 세계 5~6위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호주·러시아 등과 함께 전세계 철광석 매장량의 10% 이상을 보유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철광석은 중국·폴란드·체코 등에 수출되며, 우리나라는 브라질·호주 등에서 철광석을 주로 수입한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긴장감이 고조되며 원자재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내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올림픽 이후 철강 생산을 늘릴 것이란 전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이 철광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철광석 수급난이 발생하면 중국에서 타 지역 철광석 수입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공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탄 가격도 상승세다. 철강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동호주 항구 기준 지난 19일 t당 440.61달러로 연초 대비 22.5% 뛰었다.
이처럼 연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지속 상승하며 현재 조선업계가 주장하는 ‘후판가 인하’ 명분은 약해지고 있다. 철강·조선업계는 통상 상·하반기에 한번씩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한다. 지난해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상반기 t당 10만원, 하반기 t당 40만원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t당 60만원선이선 후판 가격은 현재 t당 105~115만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하반기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7일 2021년 경영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원료 변동분을 제품 가격 협상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조선사와 후판 가격을 협상하고 있으며,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원료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일부는 하반기에 조정하는 틀을 갖고 가격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동결되면 추가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상될 경우 별도 충당금을 쌓아야 할 수도 있다”며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니 만큼 주요 원재료 가격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