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경련 근거로 해명했는데
전경련 보고서 취지는 정반대였다
전경련 "경제위지 방지하자는 차원"
"SDR 편입돼도 재정건정선은 중요해"
'경제대통령'을 기조로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열린 TV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언한 데 대해 여야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야권이 이 후보의 '기축통화' 발언을 겨냥해 비판을 이어가자, 야권이 말꼬리를 붙들고 논란거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후보의 '기축통화' 발언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한 것으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허언을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경련 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던 것에 대해 토론의 여지는 있다"며 "후보께서는 내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게 또 재미있는 토론 여지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전경련은 지난 13일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근거 제시-원화가 IMF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5가지 근거'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원화가 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할 자격이 충분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하지만 원화가 기축통화의 반열에 오른다는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SDR이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이자, IMF 회원국들의 대외준비자산으로, 필요시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을 구성하는 5개 통화(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화)와 교환이 가능하다. SDR 편입 심사는 5년마다 이뤄지며, 위안화가 지난 2016년 SDR에 편입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가 나온 뒤 나흘이 지난 17일, 전경련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기축통화국'으로 명확히 분류하며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한국 4년 후 국가부채비율 순위 OECD 비기축통화국주) 17개국 중 3위「코로나19 발발 이후('20년~'26년) 비기축통화국 재정건전성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구분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다른 비기축통화국과는 달리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가 지속되면서, 국가부채가 OECD 국가들 중 가장 빨리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며 " 한국이 최근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를 뿐만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와 높은 공기업 부채 등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보았다.
한경연은 또 "국제비교에 사용되는 일반정부 부채(D2)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국가가 지급보증해 사실상 정부 부채로 봐야 할 비금융공기업 부채 또한 OECD 2위 수준이며, 향후 예상되는 막대한 규모의 통일비용 또한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가 자신의 '기축통화' 발언을 해명하기 위해 전경련의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지만, 전경련은 국채 발행에 대해선 이 후보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이 후보는 전날 적정 부채비율이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느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질문에 "IMF(국제통화기금)나 국제기구들은 '85% 정도까지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니까 너무 낮게 유지하지 말라'라고 말을 하고 있고,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5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 매우 낮아서 충분히 여력이 있다가 답"이라고 했었다.
반면 윤 후보는 "(국채 비율한 50~60% 넘어가면 비(非) 기축통화국인 경우 좀 어렵다고 한다"며 "기축통화국이 아닌 비기축통화국가는 대부분 (국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다 낮다. 잘 모르고 하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찾아보시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전경련은 '기축통화국' 발언이 논란이 되자 22일 '원화의 IMF SDR 편입 추진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전경련은 "전경련이 이(SDR 편입)를 제안한 배경은 한국이 비기축통화국의 지위로서, 최근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국제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무역수지마저 적자가 지속될 수 있어 신용등급 하락 등에 따른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화가 SDR에 편입되어도, 국가재정건전성 문제는 거시경제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 편입되었다고 해서, 원화베이스 국채수요가 곧바로 증가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이 후보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이 후보의 발언처럼 'SDR 편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경제가 튼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경련은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야만, 국제 지급․결제 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기축통화가 될 수 있으므로 경제 펀더멘털 유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