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전날 이사회 열고 4130억 투자 결정
삼성전기도 베트남 생산라인 증설…재원 1조 투입
AI·전기차 등 반도체 기판 수요↑…성장동력으로 적합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고집적패키지기판(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 양사 모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등 주력 사업을 통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FC-BGA 사업 진출 및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FC-BGA 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FC-BGA는 반도체 패키징 작업에 필요한 인쇄회로기판(PCB)의 일종으로 AI와 자율주행처럼 고성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수요가 높다.
업체별로 보면 LG이노텍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을 투자하고 본격적으로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단계적으로 재원을 추가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FC-BGA 사업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LG이노텍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기술력은 충분히 검증됐다는 평가다.
삼성전기 역시 지난해 말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공장에 FC-BGA 기판 설비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현재 월 1만6900㎡의 생산능력은 2만㎡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특히 삼성전기의 경우 FC-BGA를 맡고 있는 패키지솔루션부문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패키지솔루션부문 매출은 1조67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6% 늘었다. 영업이익도 1837억원에서 2622억원으로 42.7% 급증했다.
이처럼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FC-BGA를 비롯한 반도체 기판 사업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해당 사업의 유망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만큼 판가 상승으로 이어져 매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KPCA)에 따르면 FC-BGA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기판 시장 규모는 3조8600억원으로 전년(3조3000억원)보다 약 1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PCB 시장 성장률보다 5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모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향후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양사 모두 각각 MLCC와 카메라모듈 등 주력 사업의 호황을 바탕으로 영업익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기의 경우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9조원 시대를 열었고 LG이노텍도 1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모습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FC-BGA를 비롯한 신사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양사의 미래 먹거리 확보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속가능한 경영 측면에서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