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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브리핑] 언론인 이창섭 "친문재인 경영진이 해고한 연합뉴스 해직자…공영언론 바로 세울 것"


입력 2022.02.24 17:08 수정 2022.03.03 11:16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박근혜 정부 당시 연합뉴스 편집국장 재직…문재인 정부 이후 좌천 뒤 정년 5년 남기고 해고

이창섭 "해고 이유는 삼성그룹 장충기와의 문자…특종기사 외면하고 친삼성 누명"

퇴사 후 중도보수 '앞시모' 활동…23일 '공영언론 미래비전 100년 위원회' 발족, 집행위원 참여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언론인이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받아서는 안 돼"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데일리안

대선 정국을 맞아 대한민국의 언론들이 광고와 포털, 정파성의 노예로 더욱 찢어지고 분열돼가고 있는 요즘, 데일리안은 한 해직 언론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연합뉴스 편집국장으로 재직한 언론인 이창섭 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각 공영언론사에 친문재인 인사들이 경영진으로 포진하고 보수성향 언론인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자신이 해고된 표면적인 이유가 "삼성그룹의 장충기씨와 문자를 하고 친삼성 편집을 했다는 것"이라며 자신이 국장으로 재직 당시 그 어느 언론사보다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지만 그 어떤 사실 확인, 반론도 인정하지 않고 수십 년간 함께 일한 동료 기자를, 그것도 정년이 5년이나 남은 기자를 해고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국장과의 일문일답.


▲ 연합뉴스에서 해고당했다고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각 공영언론사에 친문재인 인사들이 경영진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KBS에는 진실과 미래위원회, MBC는 정상화위원회, 연합뉴스에는 혁신위원회, YTN에는 미래발전위원회라는것이 생겼습니다.


같이 짜기라도 한 것일까요. 어떻게 이렇게 정부의 영향 아래에 있고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지배력을 가진 비슷한 위원회들이 공영언론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생길 수 있는 것일까요. 이들은 보수성향 언론인들을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편집국장 출신에 연합뉴스 미래전략실장(경영기획실장)과 연합뉴스TV 경영기획실장으로 지내 왔지만 이때 외신 사진 번역팀으로 발령받았습니다. 나가라며 망신을 준 것이지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연합뉴스는 혁신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조사하고, 혁신위 건의에 따라 연합뉴스의 친정부 경영진은 저를 해고했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각 공영언론사에 신임 친정부 경영진이 들어선 후 2018년 6월 해고됐습니다.


▲ 퇴사 당시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대목은 어떤 것이었나.


제가 해고된 표면적 이유는 삼성그룹의 장충기씨와 문자를 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퇴사 전 2년간 편집국장을 지내면서 단 3번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한 번은 같은 날이니 실제로는 두 번이라고 봐야겠네요.


가장 억울한 것은 삼성그룹에 엄청난 충격을 준 특종기사들을 많이 내보냈음에도 회사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에 음압 병상이 없다는 특종기사를 내보낸 것도 연합뉴스입니다. 당시 정부는 병원명 비공개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부장들이 삼성그룹이 무서워 병원명 공개를 꺼리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즉시 병원명을 공개할 것을 지시했고 대대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온상임을 보도했습니다. 갤럭시 노트7이 발열 화재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입고를 중단시킨 기사도 연합이 선도했습니다.


이렇듯 연합뉴스만큼 삼성에 비판적인 언론사는 없었는데, 친삼성 편집을 했다는 누명을 씌워 저를 해고했습니다. 어떠한 사실 확인도 없이 반론도 인정하지 않고 혁신위원회 조사만으로 수십 년간 함께 일한 동료 기자를, 정년이 5년이나 남은 기자를 해고한 것입니다.


언론노조는 이창섭이라는 한 개인을 부역자로 지정했습니다. 왜 언론노조의 표적이 됐을까요. 저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것을 제일 먼저 알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자막이 조작되고, 병명이 조작된 사실, 엉터리 번역에 선동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을 여러 언론사에 제보하고 외부 기고도 했습니다. 혹시 이 일로 저를 해고한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 퇴사 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셨나.


해고된 뒤 직접 세상을 바꿔보려고 시민운동, 대안언론운동, 정치운동, 자원봉사 등에 나섰습니다. 시대정신을 찾아내고, 확산시키려 노력했습니다. 황교안 당 대표 선거 때 메시지 기획에 참여해 '서민을 살린다면서 서민을 죽이는 정부' 같은 슬로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황교안 씨가 당 대표가 된 뒤에는 언론으로 돌아와 펜앤드마이크 사장을 했습니다. 이어 최재형 캠프 홍보본부장, 홍준표 캠프 홍보본부장으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앞서가는 시민들 모임(앞시모)' 기획위원 겸 언론분과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서울시 산하 자원봉사센터 감사직을 맡아 시민의 참여와 봉사를 통한 공동체 복원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앞시모는 중도 보수, 중도 시민단체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사무실에서 열린 공영언론 미래비전 100년 위원회 발족식. ⓒ공영언론 미래비전 100년 위원회
▲ 언론 관련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정상화돼야 합니다. 미국의 언론대학원에서는 시민은 '웰 인폼드 디시전(well informed decision)'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 사실(fact) 확인에는 엄중해야 하고, 그 바탕 위에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언론자유'가 보장돼야 합니다. 언론자유는 언론인의 자유이기도 합니다. 고도의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논평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허용돼야 합니다.


KBS, MBC의 중도적, 합리적 현직 언론인들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아닌 독립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주도해 '공영언론미래비전 100년 위원회'를 23일 발족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대거 참여했습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도 공영언론입니다. 연합뉴스 해직자로서 '공영언론미래비전 100년 위원회'에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상임대표로 선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를 도와 공영언론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생각입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연합뉴스 런던 특파원 시절,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주창한 '제3의 길'이란 실용주의 노선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세계적 석학, 앤서니 기든스 박사를 런던정경대 교수실에서 인터뷰했습니다. 그때 기든스 교수는 "미국의 사회모델은 실패했다. 약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유럽의 사회모델도 실패했다. 사회주의 과잉으로 역동성이 사라졌다. 한국이 미국식도 유럽식도 아닌 새로운 사회모델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인류에게 주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기사에 한 줄 담고 말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지금 당장은 정권교체 운동, 언론정상화 운동, 특히 공영언론 바로세우기운동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언론정책 수립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언론인이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받아서는 안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으면서도 역동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시민운동에 헌신할 생각입니다. 이념, 이기심, 탐욕에 바탕을 둔 시민단체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공동체, 인류공동체를 위한 시민단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새로운 사회모델을 만들어 미국, 유럽 국가들과 더불어 앞으로 민주화의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될 중국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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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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