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앞뒀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으로 한숨 돌려
코로나19 타격받은 여객 수요 회복 여전히 불투명
화물사업 강화·중대형기 도입에도 불확실성 상존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 연장 결정으로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이 숨통을 틔우게 됐지만 여전한 불확실성에 시름이 깊은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여전한데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그동안 급감한 여객 수요가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날 종료 예정이었던 고용유지지원금이 연장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LCC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으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해고·감원 대신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도록 돕는 제도로 정부는 각 사업장에 휴업수당(평균 임금의 70%)의 일부를 지원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경영 여건이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고용유지지원금을 3년차에도 계속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고용보험법 시행령상 3년 이상 연속해 같은 달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은 제한된다. 이 법에 따라 지난 2020년 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받아온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LCC들은 이달 말 지원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3년 연속 지원도 가능하다고 명시한 예외 조항을 적용해 지원하기로 하면서 지원 중단시 직원들의 월급을 감당할 수 없었던 LCC들은 최악은 피하게 된 것이다.
지원 중단시 회사는 인력 유지가 힘들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였고 월급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대규모 인력 이탈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최악은 피했지만 답답한 현실 여전…보이지 않는 돌파구
일단 최악은 피했지만 돌파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업황 악화의 주 요인이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국내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일 16만~17만명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일요일인 27일에도 오후 9시 기준 13만3050명(잠정집계)으로 휴일임에도 15만명 안팎이 예상되고 있다.
해외 여행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난 2년간 급감한 국제선 항공 여객 수요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이전 국제선 여객 수요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던 LCC들로서는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론 트래블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협정을 체결한 사이판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여행 목적의 탑승객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전 항공사들의 인천~사이판 노선 탑승객 수는 1만 6817명으로 트래블 버블 시행 전이었던 1년전 같은기간(2020년 7월~2021년 1월) 탑승객이 1554명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에서도 트래블 버블 협정이 시행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탑승객수는 5만5241명으로 1년전 같은기간(2020년 11월~2021년 1월) 1만334명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두 국가를 제외하면 아직 국제선 여객 수요는 미미한 상태다.
해외 국가들이 하나 둘씩 백신접종자들에 한해서는 입국시 자가 격리를 면제하는 등 국경 장벽을 낮추고 있고 국내에서도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을 당초 14일에서 7일로 줄이는 등 완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본격화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위기 극복 모색 노력에도 국제선 수요 회복만이 답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LCC들은 화물사업 강화라는 대안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화물로 실적 선방에 성공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들을 모델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LCC들이 화물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LCC 최초로 화물전용기를 도입한다. 최근 리스사와 화물 전용기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6월까지 화물기 개조 작업을 완료해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이 도입 예정인 화물 전용기는 B737-800BCF(Boeing Converted Freighter)로 제주항공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와 같은 기종이다. 여객기로 쓰이던 항공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한 것이다.
여객기와 같은 기종의 화물 전용기 도입을 통해 화물기 운항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기단 운영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편당 화물 수송량 확대는 물론 다양한 형태·종류의 화물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에도 나설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중대형 항공기 도입을 통한 새로운 길도 모색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4일 중대형 항공기 ‘A330-300’를 도입했다. 회사는 1호기 도입을 시작으로 오는 5월까지 추가로 2대를 더 도입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새로 도입하는 A330-300 기종을 일단 내달 말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투입하고 싱가포르와 호주 시드니 등 중장거리 노선과 화물 운송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들은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단기간 내 회사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하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국토부가 최근 발행한 항공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항공 화물 시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69%)과 외국 항공사(29.8%)가 98.8%의 점유율로 LCC 점유율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여객수요가 급감하면서 LCC들이 앞다퉈 화물 사업에 뛰어들고는 있지만 노하우와 네트워크 부족으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화물 사업 강화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중대형기 도입도 추후 싱가포르·시드니·하와이·동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이 병행돼 활용할 수 있어야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어서 연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결국 올해도 여객 수요 회복이 실적 개선이 관건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여객 수요 회복 없이 올해 LCC들의 실적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게 맞다”며 “상반기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7·8월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등이 있는 하반기에는 수요 회복을 통한 실적 개선에 다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