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사망사고 17건·사망자 10명 감소…정부 "법 시행 성과" 자화자찬
전문가들 "아직 기소 사례도 없는 컨벤션 효과 기간…성과 판단 일러, 건설업 휴업 감안해야"
"솜방망이 처벌 막으려면 하한규정 두고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위헌 가능성…손해배상액 늘리고, 중소기업 대비책 강구해야"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장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한 달 동안 사망사고와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의 성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진한 안전체계를 좀 더 개선하고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법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6일까지 한 달간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35건 발생했으며, 노동자 42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52건)보다 17건, 사망자 수(52명)는 10명 줄어든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성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행 기간이 짧아 정확한 평가를 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관련 수사들이 아직 기소로 이어진 사례도 없고, 법 시행 초기 컨벤션 효과가 어느 정도 수그러든 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작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착공을 늦추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대재해 사건사고가 줄었다고 성급히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현장에서 아직 미진한 안전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애초에 처벌을 통해 산재를 예방하려는 법이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을 막으려면 하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며 "특히 중대재해는 대부분 법 적용을 받지 않는 50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적용 대상에 차별을 두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며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되지 않는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도 "현행 법은 경영책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있는데, 국민의당 유세차량 사망사고처럼 법인격이 없는 단체에 처벌할 수 있는 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법에 있는 '종사자' 개념은 대가를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인데, 무급으로 일하는 가족이나 무급 인턴 등은 재해 사고로 사망하더라도 법 적용이 안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헌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영책임자 형사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손해배상액을 늘리고,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법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책임자가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자기 책임에 대해서 처벌을 받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사고를 치면 대통령이 대신 형사처벌을 당하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항목을 두거나 강화하되,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기 교수도 "처벌 대상과 기준이 표현과 의미에서 모호하고 추상적이다보니 고용노동부와 검찰에서도 각자 달리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처벌 대상이 누구인지, 안전보건의무를 명확하게 무엇인지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업의 경우 실제 현장 공사는 대기업에서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기업처럼 중대재해법전담 조직과 장비를 갖출 여력은 물론 정확히 법을 해석할 능력조차 부족한 상태"라면서 "정부에서 중대재해 사고 관련 교육을 충실히 제공하고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