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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 큰별이 남긴 빈자리…제2의 김정주 나오려면 [최은수의 시시비비]


입력 2022.03.03 17:20 수정 2022.03.03 17:41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게임업계 과도한 규제와 곱지 않은 시선 거둬야

벤처태생에 재벌잣대 적용…낡은 규제 손볼 때


김정주 넥슨 창업주.ⓒ넥슨

이 책 읽고, ‘삼삼오오 모여서 좋은 게임이라도 만들면 넥슨에서 연락 올지도 모른다’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최근에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는 비즈니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넥슨 초창기처럼 작은 방에서 서너 명이 모여서 같이 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스페인 어느 시장통에서 발견한 게임을 사서 핀란드에 팔고 왔거든요. 그렇게 반짝반짝하는 친구들 도와주는 게 정말 즐거워요. 넥슨도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죠. 아무것도.(넥슨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책 '플레이' 내 '인터뷰:김정주에게 묻다' 중)


한국 게임계의 거목이 졌다. 그는 우리에게 어렸을 적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즐기던 추억을 안겨줬고, 젊은 창업가들에게는 닮고 싶은 멘토가 됐다. 그리고 게임과 어린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은 게임업계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남겼다. 조용하지만 강했던 그의 존재감 만큼 남겨진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진다.


김정주 창업주는 게임업계 1세대 창업가이자, 국내 게임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청년 시절 카이스트 대학원을 뛰쳐나와 넥슨을 창업해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탄생시켰다. 이후에도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흥행작을 연달아 내며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꿈꿨다. 가상화폐, 우주탐사 등에 과감히 투자해 탁월한 전략과 사업수완을 보여주며 새 성장동력을 고민했다. 2017년 연매출 2조원을 기록, 1등 게임사 입지를 다진 뒤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같은 기업이 되기를 꿈꿨고, 실행에 옮겼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찍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넥슨의 독립경영을 응원했다. 창업주 정신 아래 넥슨은 모두가 블록체인, 돈 버는 게임을 바라볼 때 뚝심있게 콘솔 게임에 도전했다.


대기업 재벌만큼 큰 부를 쌓은 뒤에도 어린이를 향한 묵묵한 사회공헌은 계속 됐다. 국내 첫 아동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하고, 대전 충남어린이재활병원, 넥슨 어린이완화의료센터 건립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이로써 2018년 선언한 “1000억원 규모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자녀에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선구자의 빛에는 그림자가 따랐다. 2000년대 국내에 첫 부분 유료화 모델 도입으로 ‘돈슨’(돈+넥슨의 합성어)이라는 오명을 안았으며, 지난 2015년에는 ‘진경준 게이트’에 뇌물죄로 기소됐다가 2년간의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충분히 슬퍼했다면 그가 게임업계에 남긴 숙제를 고민할 때다. 앞으로 게임업계에 제2의 김정주, 제3의 김정주가 나올 수 있을까.


그러려면 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둬야 한다. 생전에 고인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과도한 규제에 지쳐 2019년 NXC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3여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게임사들은 오래된 규제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사행성' 굴레에 급기야 국내에서 성장 한계를 느끼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를 향한 재벌 대기업 시선 역시 숙제다. 넥슨 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IT, 게임사들은 대기업만큼 자산이 성장했단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재벌'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물론 커진 몸집만큼 견뎌야할 무게가 커지는 법이며 변화에 발 맞춰야 하겠지만, 벤처 마인드를 지닌 이들에게는 버겁기만 한 모습이다. 과도한 규제가 걸림돌이 돼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 기업들이 날개를 펴고, 제2의 김정주가 나올 수 있겠나.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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