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우선 외교' 천명
자유민주적 가치에 방점
역내 역할확대 꾀할 듯
中과 '갈등' 빚을 가능성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가운데 외교노선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호(號)는 과도한 북한중심외교로 비판받아온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외교정책 무게중심을 '민족'에서 '동맹'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한 이슈는 한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그것이 외교 정책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국익 우선 외교'를 천명하며 한미동맹 재건을 통한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강조한 바 있기도 하다.
문 정부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대북성과를 위해 사안별로 결이 다른 입장을 취하다 불신을 자초한 만큼, '국익'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토대로 예측 가능한 외교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부터 강조해온 '자유민주적 가치'가 대외정책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관련 접근법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들여온 '가치외교'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동맹 간 신뢰 회복으로 국익과 글로벌 역할 확대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자유민주적 가치를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국제질서의 미래비전을 (미국과) 함께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공동의 글로벌 도전 과제 수행"
미국은 윤 당선인이 이끌어 갈 한국 새 정부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며 '케미'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역할 확대를 주저했던 문 정부와 '불협화음'을 노출하며 말을 아꼈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은 당선 수락 5시간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가졌다. 이번 통화는 오는 11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요청으로 앞당겨졌다고 한다.
통상 당선인과 미국 정상 간 통화가 대선 다음날이나 그 이튿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한국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공동의 글로벌 도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중국·러시아 등에 맞서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쿼드·사드 문제로 中과 갈등 빚을 수도
다만 윤 당선인의 한미동맹 강화정책이 중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윤 당선인은 동맹 강화 차원에서 쿼드(Quad)와 접촉면을 넓히며 정식 가입까지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입을 추진할 경우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협력체인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구상의 '근본 토대'라고 강조한 핵심 협력체다. 쿼드는 군사 분야 외에도 코로나19·기후변화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포괄적 협력체로 발돋움했다. 미국은 각종 쿼드 의제에 한국이 참여하길 기대해왔지만, 문 정부는 중국 반발을 우려해 거리를 둬왔다. 중국은 쿼드를 '반중 군사전선'으로 규정하고 "소다자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윤 당선인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 공약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 및 '사드 3불' 폐기 역시 한중관계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사드 3불이 "문 정부 입장에 불과하다"며 "북한 위협에 대한 억지력 확보는 주권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지난 2017년 △사드를 추가배치 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다는 사드 3불을 중국 측에 '구두 언급'한 바 있다.
문 정부는 사드 3불이 입장 표명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중국은 사드 3불을 '약속'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윤 당선인의 외교 노선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한국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며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중한 수교를 계기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양국 국민에 더 큰 복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논평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새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이 주목된다"며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을 우선시하고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민감하고 중대한 외교 사안에 대한 강경하고 급진적인 윤 당선인의 발언은 그의 외교 분야 인식 단면을 드러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