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412조원
코로나19 장기화 국가채무 최소화 필요
윤 당선인 2차 추경 재원 마련 방안 등
예산 효율·재정 건전성 제고 노력 필수
윤석열 당선인이 정권 인수 준비를 본격 시작한 가운데 차기 정부 최우선 정책 과제로 재정 건전성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현 정부 5년 동안 급격히 늘어난 국가채무 탓에 전문가들은 재정준칙 제정 등을 통해 나라 살림 전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1년 차인 2017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2018년 680조5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19년 723조2000억원에 이어 2020년 846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 123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965조3000억원으로 다시 120억원 가까이 증가하더니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1000조원(1075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번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늘어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컸다. 전염병 상황에 내수 경제 침체하면서 확장 재정이 불가피했다. 다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출이 ‘역대급’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임기(2018~2022년) 동안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1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김대중 정부(1998~2002년) 당시 55조4000억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 98조8000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얼마나 적자 폭이 커졌는지 알 수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일반회계·특별회계·공공기금 총괄)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순(純)재정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우리나라 재정 상황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려를 전한다. 급증하는 채무가 국가신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IMF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선진국 그룹의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35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또한 올해 초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전망이 계속 늘고 있다”며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향후 대내외 상황도 좋지 못하다. 코로나19 확산은 아직 정점을 찍지도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제적 공급난 문제를 장기화하고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고물가, 금리 인상이 이어지게 만든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 확장 요인이 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당장에는 재정 상황이 크게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50조원 이상 재정 자금을 확보해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공식 출범하면 2차 추경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추경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재원 마련 방안이다. 윤 당선인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50조원은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소비쿠폰·캐시백 같은 무리한 경기부양, 한국형 뉴딜 등 비효율적 예산만 줄여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초과 세수와 올해 본예산 지출을 줄인다 해도 일부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50조원 모두를 적자 국채로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경제학자들은 차기 정부는 재정 확장 정책을 최소화하고 재정준칙 도입 등으로 나랏빚 증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 투입을 효율성에 방점을 맞추고 정부가 모든 부문에서 역할을 하기보다 민간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효율화를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 이를 하위계층에 선별 지원해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에서 재정 규율이 무너진 터라 우선 국가 채무 증가 속도를 줄이는 방법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관성적으로 집행하던 예산을 구조 조정해 재정을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재정 정책은 그간 확대 재정 일변도로 오면서 만성화된 연간 100조원대 적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가 됐다”며 “다음 단계로 재정준칙 도입, 재정관리 기구 발족, 예산지출 개혁 등 부채 관리를 어떻게 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2017년 19조4000억원이었던 R&D(연구개발) 예산을 올해 29조8000억원까지 늘렸지만 (민간)기업 R&D 투자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둔화하고 있다”며 “민간기업을 효율적으로 유인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