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장 폭증으로 검사체계 마비…14일부터 한달간 전문가 신속항원검사로 양성 판정
젊은 직장인들 "오미크론은 독감 같다던데 차라리 걸리고 유급 휴가 받고 싶다"
"걸리면 민폐라는 인식 바뀌어…빨리 걸려서 하루 이틀 앓고 남은 날들은 휴가처럼 쉬고파"
전문가 "시간 지나면 어떤 후유증 나타날 지 몰라…젊은 층도 중환자 될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으로 치닫으면서 정부는 확진자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14일부터 한 달간 PCR(유전자증폭) 검사 없이도 전문가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곧바로 확진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오히려 코로나에 확진돼 쉬고 싶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 지 모르고 위중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만큼 여전히 주의가 요청된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감기 증상으로 자가진단검사키트를 사용한 20대 A씨는 "코로나 증상이 있어서 자가검사키트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며 "당시 확진자 급증으로 보건소 검사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건소에도 문의를 해봤지만,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지는 않아도 된다는 말에 그냥 집에서 계속 쉬면서 음성이 나오길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검사체계 마비로 PCR 검사를 받아야 함에도 검사 받지 않는 일명 '샤이 오미크론' 환자들까지 생겨나면서 정부는 전문가의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온 환자들도 확진자로 인정하기로 의료 체계를 변경했다. PCR 검사 없이도 신속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게끔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앞으로 한 달간 병·의원에서 시행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상 양성자도 PCR검사 양성자와 동일하게 관리된다. 이에 따라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진료지정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확인되면, 보건소의 격리 통지 전달 전이라도 확진자로 인정돼 재택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자 오히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에 걸리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미크론은 비교적 증상이 가벼워 젊은 층은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적다는 생각과 PCR 검사를 위해 줄을 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유급휴가비용 지원 제도 덕분에 코로나에 확진된 직장인들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사회초년생 김모(26)씨는 "하루 확진자가 40만 명을 향해 가는데 나만 안 걸리는 게 더 어렵겠다"며 "전 국민이 코로나를 한번 앓고 항체가 형성돼야 유행이 끝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제는 주변 병원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보건소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며 "오미크론은 독감 같다던데 차라리 걸리고 유급 휴가를 받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모(30)씨는 "아직도 백신 휴가가 없는 회사가 많다. 우리 회사도 백신을 맞으라고는 했지만 정작 휴가는 주지 않았다"며 "재택근무하기도 힘든 직업이라 그냥 코로나에 걸려서라도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계속 확진자가 나오는데, 나만 안 걸리고 있어서 오히려 걸렸다 나은 사람들이 마음 편해 보인다"며 "언젠가 한 번쯤은 걸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해제된 20대 직장인 한모씨는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민폐라는 인식이 많았다"며 "지금은 워낙 걸리는 사람이 많아서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푹 쉬라고 해서 하루 이틀 앓고 남은 날들은 휴가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 모른다며 젊은 층이라고 무조건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건 아니라고 경고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첫 시작은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며 "사회에서 코로나에 대한 경고를 해줘야 하는데 집단 감염을 통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에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당장은 일주일 휴가로 쉴 수 있다는 눈 앞의 이익을 보게 될 지 모르겠지만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원래는 코로나에 걸리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우세했는데 지금은 워낙 확진자가 많아져 걸려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20세 미만 확진자 중에서도 중환자가 12명이나 발생했다"며 "젊은 층이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적다는 것일 뿐, 위중증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엄 교수는 "누가 위중증 환자가 될 지, 사망자가 될 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