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1노조 체제로 현대일렉‧건기 교섭도 마무리돼야
3사 성과급 차이, 노조 집행부 반대파, 부결 관습화 등 악재
현대중공업 노사가 해를 넘겨 2021년도 임금협상(임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새로운 노조 집행부에 대한 일부 조합원들의 불신과 3사 1노조 체제의 복잡성으로 인해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다.
16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전날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협 잠정합의안 마련에 이어 이날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도 26차(차수 동일) 교섭을 열고 잠정합의안 도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의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금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 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을 담았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8월 30일 임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무려 6개월 넘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교섭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는 노조 집행부 선거로 상당 기간 교섭이 중단됐고, 올해 2월부터 매일교섭체제로 속도를 낸 끝에 38차 교섭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노조 측이 3사 1노조 체제를 고수하면서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까지 교섭이 마무리돼야만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16일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이 도출되면 조합원들에 대한 공지를 거쳐 18일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3사 모두 잠정합의안이 마련되더라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집행부가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합의했다고 반발했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 인상액은 호봉승급분을 제외하고도 12만304원에 달했었다.
노조 내부의 정치적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출범한 노조 집행부에 반대하는 세력이 부결을 유도하는 여론전을 벌일 공산이 크다.
여기에 3사간 성과급 규모가 다를 경우 반대표에 더 몰릴 수도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300%, 현대건설기계는 450% 선에서 성과급 규모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 사이에서 이 수치가 공유되며 성과급 148%에 합의한 집행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은 각 회사별 매출과 영업이익, 작업성과 등 산출 기준에 따라 책정된다”면서 “산출 기준은 동일하지만 금액은 회사별 실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3사 중 한 곳만 부결되더라도 잠정합의안은 모두 무효화된다. 2019~2020년도 임금협상을 묶어서 진행한 지난해 교섭에서도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에서는 1차 잠정합의안에서 가결됐음에도 불구,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이 두 차례나 부결시키며 3차 잠정합의안까지 나온 끝에 최종 타결된 사례가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내에서 임단협 부결이 ‘관습’화 됐다는 점도 사측으로서는 악재다. 앞서 노조는 2016·2017년 2년치 임단협과 이듬해 2018년 임단협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었다.
2021년도 교섭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 부결 후 재교섭’으로 교섭이 장기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최근 수주물량 급증으로 한창 도크를 가동해야 할 현대중공업으로는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노조 집행부는 당초 16일부터 24일까지 매일 8시간 주‧야간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으나 전날 잠정합의안 마련으로 유보한 상태다. 하지만 조합원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올 경우 즉각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실적에 반영되려면 선박을 납기에 맞춰 건조해 인도해야 한다”면서 “파업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결국 내년과 후년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높은 금액을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