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기주총서 사내이사 신규선임 예정…임기 3년
국내외 투자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외형·내실 성장 주력
삼성SDI가 최윤호 사장 체제로 공식 출범한다. 재무와 글로벌 역량을 두루 갖춘 최 사장은 삼성SDI의 해외 투자를 비롯해 전고체 배터리 등 초격차 기술 개발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날 오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윤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임기는 3년이다.
재무통(通)으로 오랜 기간 삼성전자에 몸 담아왔던 최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SDI의 수장으로 낙점됐다. 이는 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의 입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SDI의 방향키를 잡은 최 사장은 배터리 품질 제고와 더불어 글로벌 투자 확대 등 내·외연 성장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초격차 기술 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삼성SDI의 방향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소통 간담회에서 "진정한 1등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의 품질을 기반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업"이라고 언급했으며, 올해 초 시무식에서도 "초격차 기술 경쟁력이야말로 10년 후 우리 모습을 결정지을 핵심역량"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 의지에 발 맞춰 삼성SDI는 지난해 말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를 론칭, 품질 자신감을 드러냈다. 프라이맥스는 '최고 안전성을 보유한 품질', '초격차 고에너지 기술', '초고속 충전 및 초장수명 기술'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담고 있으며 국내를 비롯해 유럽, 미국까지 상표 등록을 마쳤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젠.6(Gen.6)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SDI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착공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함으로써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고 안전성도 강화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고 있다.
삼성SDI는 S라인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성과를 내는 것과 동시에 생산 기술까지 단번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프로토타입셀과 라지셀 개발을 2025년까지 완료한 뒤 2027년부터는 양산에 나서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로 중국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경쟁 가능한 원가 절감 기술도 개발한다. 삼성SDI는 올해 초 '2021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코발트 프리(없는) 또는 코발트 리스(적은) 배터리 기술 통해 LFP와 경쟁 가능한 원가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품질 우위 전략으로 삼성SDI는 올해 실적도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호조로 처음으로 매출 13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에도 불구하고 Gen.5(젠5) 배터리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늘어난 데다, 소형 전지도 전기차 및 전동공구용을 위주로 실적이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올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SDI는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젠5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형 전지 부문에서는 전기차, 전동공구 등 고용량 및 고출력 신제품을 선행 출시해 시장 장악력을 높여나가겠다는 목표다.
최 사장은 올해 삼성SDI의 안정적인 이익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제품 품질 고도화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더욱 고삐를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수주 확대와 설비 투자를 위해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4위 업체인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손 잡고 미국에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법인을 설립키로 하는 등 대규모 글로벌 투자를 앞두고 있다.
합작법인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기가와트아워)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다. 향후 40GWh까지 확장할 수 있다. 공사가 본격화되면 삼성SDI는 국내 울산, 중국 서안, 헝가리 괴드에 이어 미국까지 생산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스텔란티스의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장에 공급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부터 순수 전기차(EV)에 이르기까지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된다.
대규모 투자 등 중대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글로벌 감각을 갖춘 최 회장이 국내외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사업 투자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전략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사 중에서는 설비 증설에 보수적인 편이나, 프리미엄 제품 등 기술 개발에는 가장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미래 성장성이 높다"면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 사장이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