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유사에 4월 휘발유 등 수출 중단 요청…가동률 하락세
중국 순수출 축소 강화에 韓 '반사이익' 가능성…유가 상승은 부담
중국이 자국 정유사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기업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줄일수록 아시아 정유 시장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줄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마진이 확대되면 국내 정유업체들의 이익도 동반 개선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정유사들에게 4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글로벌 정보업체인 S&P 글로벌은 중국 경제 정책 수립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수출 쿼터를 보유한 정유사들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위원회의 요청이 완전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사들이 통상 NDRC의 지침을 준수해왔던 점에서 미뤄볼 때, 4월 석유제품 수출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P 글로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원자재 부족 등으로 중국 정유업체들이 원유 처리량을 줄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에 정부가 석유 제품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대대적으로 축소했던 중국 정부가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2분기에도 수출 통제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중국 상무부(산자부)는 국영 기업인 CNPC, 시노펙(Sinopec, 중국석유화공) 등 7개 정유사를 대상으로 석유제품 수출 쿼터 규모를 1300만t으로 책정한 바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설정한 2950만t과 비교해 55.9% 줄어든 수치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은 지난 1월 가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정부는 현지 정유산업에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관련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배경을 보면 수출 쿼터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국영 정유사 뿐 아니라 민간 정유업체를 대상으로도 감산 요청을 하고 있다. 동부 산둥성에 위치한, 이른바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지속적으로 감산 요청을 받고 있다.
로이터 등은 이들 티팟의 가동률이 이달 둘째주 기준 57.62%로 1주일 전 보다 2.53%p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70%를 상회했던 가동률은 현재 50%대로 저조한 상황이다.
산둥성은 민간 정유사 20여개가 밀집해 있는 정제시설 허브로 알려져있다. 정제능력은 연간 1억6940만t 규모로, 중국 민간 정유업체 전체 정제능력의 절반(52%)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정유사들은 지난달에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대기질 관리를 이유로 정부로부터 감산 요청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규제 강화로 현지 정유사들의 생산·수출이 축소되면 아시아 정유시장에 대한 순수출량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부담이 완화되는 만큼 석유제품 마진도 반등할 전망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중국 공급이 축소되면 국내 정유사 마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재고가 낮은 와중에 중국의 생산·수출 감소로 아시아 정제마진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봤다.
국내외 소비가 견조하고 아시아 석유제품 공급 부담 완화 기조가 지속된다면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이어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7달러대로 강세를 지속하는 만큼 지난해 실적을 넘어설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의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로 판단한다. 정제마진 상승세에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은 이미 최고치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정제마진 상승 등의 영향으로 1조3742억원을 기록,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유사들의 실적 고공행진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유 가격 강세에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의 순수출 축소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지나친 유가 변동으로 수요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