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부터 가격 인상…CGV "불가피한 상황"
OTT 비용과 비교해 더 외면할 수도
CJ CGV가 4월 4일부터 티켓값이 1000원 인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 가격 인상이다. CGV는 코로나19 사태로 2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오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세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을 두고 관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CGV에 따르면 성인 2D 영화 관람료는 1000원이 올라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IMAX를 비롯한 4DX, ScreenX, SPHEREX, 스타리움 등 기술 특별관은 2000원씩, 씨네드쉐프, 템퍼시네마, 골드클래스 등 고급관은 5000원씩 오른다. 무비머니(영화 관람권) 가격도 마찬가지다. 단, 군인·경찰·소방공무원과 장애인·국가 유공자 우대 요금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된다.
CGV는 2020년 10월 티켓값 2000원 인상 이후 6개월 만인 2021년 4월 1000원 또 한 번 티켓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대형 신작들은 개봉을 미루거나 포기했고, 신작이 없는 영화관을 관객들이 찾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CGV는 임차료 및 관리비 등 고정비 증가, 상영관 취식 금지로 인한 매점 매출 급감, 영업시간제한, 좌석 띄어앉기, 방역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지난 2년간 국내에서만 약 3668억 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CGV의 사정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지난 2월 CJ CGV 실적 발표에 따르면 CGV는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7363억 원, 영업손실 241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적자 3887억 원보다 26.2% 성장한 결과로, 적자폭도 감소했다.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매출이 2401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7.6% 증가,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줄어든 435억 원으로 집계됐다.
CGV 측은 "코로나19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글로벌 흥행과 터키, 인도네시아의 영업 재개로 적자 폭이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전했다.
흑자 전환이 아닌 적자 폭이 줄었을 뿐 여전히 영화관 운영 사정이 예전같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OTT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현재, 인상된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것이냐도 따져볼 문제다.
현재 국내 서비스되고 있는 OTT 넷플릭스 월 9500원~1만 4500원, 애플TV+ 6500원, 디즈니플러스 월 9900원, 웨이브 월 7900원~1만 3900원, 티빙 월 9900원~1만 5900원, 왓챠 7900원~1만 2900원이다. 영화 한 편의 값과 OTT 한 달 구독료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OTT 한 달 구독료가 저렴하게 느껴지는 효과만 극대화될 것이다"라고 CGV 가격 인상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로 인해 관객들이 극장을 찾긴 했지만 OTT의 바람이 더 거셌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영화도 이제 OTT를 통해 공개되고, 여전히 할리우드를 제외한 한국 영화들은 부재한 상황이다. 관객들이 극장을 갈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세 번의 가격 인상이 관객들의 더 큰 반감과 외면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CGV 관계자는 "투자·제작·배급·상영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은 코로나 이후 그 어떤 산업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어 붕괴 직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산업의 생존을 위해 피치 못하게 관람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당분간 가격 인상 정책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