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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부르며 쇠사슬 어깨에 걸고...전장연 '눈물의 삭발식'


입력 2022.03.30 12:17 수정 2022.03.30 12:17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출근길 시위 대신 '삭발 투쟁 결의식'…지하철 지연 없어

인수위에 '장애인 권리예산' 답변 촉구…4월20일까지 삭발식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삭발 투쟁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출근길 시위를 연일 비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장연은 30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을 열고 "매일 오전 8시 경복궁역에서 릴레이 삭발식을 열어 인수위 측에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며 "다음달 20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한다면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삭발식 첫 주자로 나선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예산 없이 권리 없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몸에 둘렀고, 머리카락이 잘리는 동안 눈물을 흘렸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약 7분간 현장에 있던 장애인 활동가들은 꽃다지의 노래 '민들레처럼'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회장은 "우리가 처음 이동권 투쟁을 시작하면서 지하철 선로에 내려갔다.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쇠사슬과 사다리를 건 채 버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시민들에게 욕설을 들을 때마다 하는 말이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인데, 왜 장애인은 세상을 살면서 매번 미안해야 하나"라며 "우리는 21년 동안 외쳤고 작게나마 세상을 바꿔내고 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더 끈질기게 외치겠다"고 외쳤다.


앞서 이 회장은 철제 사다리와 쇠사슬을 어깨에 건 채 발언에 나섰다. 지하철역에서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위해 싸워 온 모습을 강조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인수위에서 우리가 제출한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을 충분히 검토하겠으니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멈춰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오늘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고 삭발투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는 어제 우리가 인수위 요구에 따라 지하철 타기를 멈추고 삭발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장연이 국민들의 비난 여론에 굴복하고, 자신이 승리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정중하게 공개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와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며 "특정 단체만 거명하고, 전장연의 시위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치는 것은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인 일본 순사보다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오전 8시 47분께 행사를 마치고 아침 선전전이 열리는 4호선 혜화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전장연의 지하철 행사로 3호선 하선 방향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이날 전장연 회원들이 종전처럼 줄을 지어 열차에 타는 방식 대신 각 승강장으로 흩어져 열차에 탑승하면서 별다른 열차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장연은 4월 20일까지 매일 오전 경복궁역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삭발식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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