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퇴 압박 받은 기관장 2명 참고인 조사 끝내
“통일부 차관이 ‘알아서 사표 내라’ 말해…협조했지만 현 정부가 알박기”
“대선 종료 후 교육부 국장·과장이 찾아와…현 정부는 내로남불”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 초기 통일부·교육부 등에서 사표를 내고 물러났던 일부 기관장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실상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참고인 조사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일부 확인한 만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이들 부처와 산하기관들을 상대로도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 A씨를 2019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손 전 이사장과 A씨 둘 다 임기를 약 1년 남긴 2017년 8월 퇴사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국책연구기관장·정부산하기관장들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강압적으로 밀려났다며,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11명을 2019년 3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하고 있다.
손 전 이사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천해성 당시 통일부 차관과 통일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들이 사표를 내고 새 정부에 부담을 안 주는 것이 관례니까 알아서 사표를 제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제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한 “압박이지만 이 문제를 법적 문제로만 보긴 어렵다”며 “관습의 문제도 같이 있는데 새 정부가 잘 되기를 기대하면서 협조해달라고 해서 해줬는데 현 정부가 지금은 알박기를 하고 있으니 논리의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이사장은 천 전 차관이 사표를 제출해달라고 얘기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육부 산하기관 이사장이었던 A씨는 “2017년 대선이 끝나고 1~2개월 뒤에 교육부 국장과 과장이 찾아왔고, 2~3주 뒤에는 과장이 혼자 찾아와 ‘사표를 갖고 와야겠다’는 얘기를 직원을 통해 전달했다”며 “배경은 그 윗선이 아니겠나 추측한다. 다른 기관장들도 100%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관이 바뀌면 단체장들을 불러 식사를 한번 하곤 하는데 현 정부 들어 장관이 바뀐 뒤 만나자는 얘기가 없길래 대충 분위기는 파악하고 있었다”며 “기분이 좋진 않았다.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거칠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이사장의 잔여 임기를 항상 존중해왔다”며 “현 정부 사람들이 내로남불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전직 기관장들이 3년전 사퇴 정황을 비교적 자세히 진술한 만큼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속도에 따라 다른 부처들의 관련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