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40만 관중 정점 찍은 뒤 하향세+코로나19 악재
신임 허구연 총재, 위기의 KBO리그 구원 투수될지 관심
2022년은 KBO리그가 출범한지 정확히 40주년이 되는 해다.
1982년 닻을 들어 올린 KBO리그는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는 명성에 걸맞게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고 출범 당시 6개 팀이었던 리그가 지금은 10개 팀으로 확대돼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KBO리그의 발전은 관중 증감으로도 잘 나타난다.
출범 첫 해 143만 명이 입장했던 KBO리그는 1991년 첫 300만(382만 명) 시대를 열었고 1995년 500만 관중을 들이면서 첫 번째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KBO리그는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의 인기와 함께 한일월드컵이 열리면서 많은 야구팬들을 잃었다. 그러나 2006년 제1회 WBC에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야구의 인기를 되찾았고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9년 592만 명으로 1995년 기록했던 역대 최다 관중을 뛰어넘은 KBO리그는 2011년 600만, 이듬해인 2012년 700만, 그리고 2017년 840만 관중으로 정점을 찍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 뒤에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팬들이 급속도로 증가했음에도 리그의 수준과 운영 능력이 뒤쫓지 못했는데 여기에 선수들의 반복된 일탈 행동까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만 가득한 리그로 전락했다.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KBO리그는 국제대회에서도 선전을 펼치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인식을 지우지 못했고 다른 국가들이 최정예 멤버로 나선 올림픽 등 다른 대회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며 조기 탈락의 수순을 피하지 못했다.
급기야 2020년 불어 닥친 코로나19 여파는 KBO리그 인기 하락에 치명타를 안겼다. 2020년 32만명, 지난해 122만명의 관중만 입장했고 야구장 대신 다른 즐길거리 등이 등장, 야구계 곳곳에서 최대 위기라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기를 감지한 KBO는 출범 40주년을 맞아 리그의 인기를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에 나선다.
먼저 향후 40년을 위해 추진한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를 공개, 리그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를 ‘PASSION’, ‘ENGAGE’, ‘PROGRESS’로 정의했다.
‘PASSION'은 '신나는 야구, 흥과 감동의 가치로 담아내는 강렬한 팬들의 열정'을 상징하며, ‘ENGAGE’는 '매일 일상 생활 속에서 함께하며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는 교감의 매개체'를 의미한다. ‘PROGRESS’는 '야구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문화 컨텐츠로 발전할 신선한 기대감'을 표현했다고 KBO는 밝혔다.
그러면서 3가지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의 중심, KBO 리그’라는 브랜드 비전을 세우고, 야구를 넘어 스포츠 문화 콘텐츠로 발돋움하기 위한 ‘Movement beyond Baseball(야구 그 이상을 향하여)’라는 브랜드 콘셉트도 함께 도출했다.
즉, 모두의 일상 속에서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문화로 발돋움하고 KBO리그가 곧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새로운 야구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개혁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KBO는 지난달 25일 야구 해설가 허구연을 제24대 KBO 총재로 추대했다. 그동안 정치인 또는 경제인이 맡았지만 개혁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사상 첫 야구인 출신 총재를 선임했다.
실제로 허구연 총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 추진할 3대 핵심 과제를 제시하며 현재 KBO리그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허 총재는 ‘팬 퍼스트’가 그 어떤 것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규제 완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한 관계 기관과의 협력, 국제 대회에서의 한국 야구 위상 제고를 목표 지향점으로 꼽았다.
3대 핵심 과제에 이어 4가지 악습 근절도 눈에 띈다. 허 총재는 “선수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4不(음주운전, 승부조작, 성 범죄, 약물복용)를 금지 사항으로 특별히 지켜주기 바란다”며 “일부 선수의 일탈이 야구계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 뼈저리게 체험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 총재의 말처럼 그동안 급속도로 발전한 KBO리그는 그 이면에 선수들이 야구장 밖에서 갖가지 사고로 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 사실이다.
사회면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음주운전은 매년 반복되는 대표적인 말썽이며 몇 해 전 강타했던 승부조작 사건은 리그의 존폐를 위협했던 매우 엄중한 사안이었다.
게다가 불법금지약물을 복용했던 선수가 버젓이 MVP에 등극하는 등 페어플레이와 동떨어진 행보를 걸었던 것이 바로 KBO리그였다.
허구연 총재는 자신의 선임에 대해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올라온 구원 투수”라고 빗댔다. 그의 말처럼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한국 야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적기가 바로 출범 40주년인 2022년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천명한 KBO리그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리그로 재탄생될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