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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물가・美 긴축...한은, ‘인플레 파이터’ 재등판 초읽기


입력 2022.04.06 14:22 수정 2022.04.06 14:23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금리인상 '고조' 경기하방 압력 '발목'

사상 첫 ‘총재 공백’ 금통위 선택은?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를 돌파하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다음달 양적긴축을 시사하면서,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경기둔화 우려가 있지만 현재로썬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 시점이 이달이 될지 다음달이 될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로 예정된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의장인 총재 없이 진행된다. 이날 금통위는 한은법에 따라 의장 직무대행인 주상영 위원이 진행하고, 기자간담회도 대신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금통위가 총재 공백으로 진행되는 만큼 기준금리 동결에 더 무게를 뒀다. 그러나 전날 3월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4.1%까지 치솟으며 예상을 뛰어넘자, 기준금리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4.1%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이후 10년 3개월만의 처음이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례적인 물가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 유가 급등에 따른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은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며 당분간 4%대를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기존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연합뉴스

물가 관리는 한은의 제 1과제다. 물가만 놓고 보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물가상승을 이유로 금리인상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미 연준 역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전날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달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예고했다. 빅스텝 역시 가느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한국이 0.75~1.00%p 더 높다. 그러나 연준이 두 차례만 0.5%p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한미 금리는 역전되고,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높아진다.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최근 매파적 발언도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를 재확인시켰다. 이 후보자는 지난 4일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가계부채 등 금융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던 이주열 전 한은 총재와 동일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대내외 경제 환경은 지나해보다 더 복잡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커졌는데,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로 가계대출 이자 부담과 민간소비 위축이 심화되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높은 물가 오름세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출현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제 공은 금통위로 넘어갔다. 무리한 금리인상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실기하면 미국과의 기준 금리 역전, 가계부채 급증 등 큰 비용을 치루게 된다. 물가와 성장을 둘 다 잡을 ‘묘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총재가 빠진 금통위는 6명의 위원이 과반수로 금리 인상을 결정할 예정이다. 의장은 일반적으로 개인 의견을 내지 않지만, 견해가 반으로 갈릴 때 캐스팅보트를 쥔다. 의장직을 대행한 주상영 위원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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