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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파격·금기 다룬 로맨스 영화들, 신선함과 낯섦 사이


입력 2022.04.11 11:00 수정 2022.04.11 13:2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로망스돌' 타나카 유키 감독이 쓴 소설 원작

사랑과 욕망에는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이 있다. 애절하게 그리며 관객에게 공감을 전하는가 하면, 행복한 이야기로 즐거움을 준다. 4월 극장가에는 성을 파격적으로 다루며 사랑과 욕망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들이 잇따라 출격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판타지아 필름 페스티벌을 비롯 전 세계 27개 영화제에서 수상 및 노미네이트를 기록한 '고스팅 글로리아'는 사랑과 여성에 욕망에 대해 도발적인 시선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마르셀라 마타, 마우로 사르세르 두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한 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 없는 30살 모태솔로 글로리아가 보이지 않는 존재 고스트와의 로맨스를 즐기며 자신의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윗집 커플의 소음 때문에 이사를 한 글로리아는, 새 집에서 고스트와 잠자리를 하게 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게 된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잠자리에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그것보다 글로리아를 더 놀라게 만든 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었다. 고스트 역시 글로리아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할 때마다 사사건건 방해를 시작한다. 사람과 고스트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은 실제 우리가 겪는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고스팅 글로리아'의 이야기는 마우로 사르세르 감독의 지인이 실제로 겪었던 경험에서 시작됐다. 지인이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느껴는 감정이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시각을 바꿔 흥미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고스팅 글로리아'는 금기시되던 오르가즘의 소재를 발칙하고 유쾌한 상상력을 더해 단순히 코미디, 에로 등의 장르적 재미뿐 아니라 현실에서 타인과 겪는 갈등과 사랑에 대한 성장을 세심하게 다뤘다는 평이다.


'웨이트: 감각이 눈 뜰 때'는 '39금'이라는 홍보 문구부터 자극적이라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성적인 감각에 눈을 뜬 여성이 부부의 섬으로 찾아온 남편의 친구이자 옛 남자와 은밀하게, 위험해서 더 달콤한 불륜의 경계선을 넘는 과정을 파격적으로 그린 고품격 에로틱 로맨스로, 여성 성적 판타지와 함께 그에 따른 욕구를 파격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예고편은 불륜이라는 아슬아슬한 관계 속에서 조여오는 긴장감과 금지된 욕망과 유혹들로 점철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웨이트: 감각이 눈 뜰 때' 측은 "시종일관 상당히 파격적인 장면들로 이루어져 영화의 감추어진 성에 대한 한 여성의 욕망이 아무런 거름망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 신작 '로망스 돌'은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 용품인 일명 리얼돌을 소재로 한 영화다. 리얼돌은 성 상품화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냐를 두고 논란이 많은 상황 리얼돌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이목을 끌만한 소재다.


리얼돌의 가슴을 만들고 있는 데쓰오는 실제 여성의 가슴을 모델로 본뜨는 작업을 한다. 데쓰오는 자신의 가슴 모델이 된 소노코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직업을 차마 밝히지 못한 채 유방암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속인다. 서로에게 깊이 빠져버린 두 사람은 결혼까지 성공하지만, 데쓰오의 거짓말 때문에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2009년 자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타나다 유키 감독의 이 영화는 처음에는 여성의 신체의 대상화에 반대하는 해방적인 에로 아트 영화가 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남성의 장인 정신과 완벽주의로 인해 아내의 희생적인 고통이 미화돼 그 약속을 충실히 잘 지켰는지는 의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돌'을 통해 고독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공포를 다뤘다. 하지만 '로망스돌'은 데쓰오에게 초점이 맞춰져 애당초 성욕을 잃어버릴 때까지 그가 어떻게 자신의 작품에 맹목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나카의 의도는 일본인의 근로 의욕이 가정생활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혹은 아내를 당연시 여기는 남성에 대한 일침을 놓고 싶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편의 무관심으로 불행에 직면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것 대신 참아내는 모습을 소노코의 모습은 시대착오적인 여성상에 머물고 만다.


파격적인 소재의 로맨스 영화는 언제나 환영이다. 뻔한 이야기에 새로운 환기와 통쾌함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논쟁을 유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 세 작품은 국적을 뛰어넘는 정서적 교감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파격적인 소재에 갇혀 불필요한 상상력만 자극한다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혹평과 함께 잊힐 것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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