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2시간 만에 7명 사망…11일 영등포 고시원 화재 2명 사망
전문가 "고시원, 화재 발생하기 쉬운 구조…스프링클러 설치도 피해만 줄여줄 뿐"
7월 1일부터 신축이나 증축, 리모델링 고시원에…개별방 전용면적 7㎡ 이상 적용, 창문 설치
전문가 "주거 복지, 주거 취약계층 모두에게 필요한 복지…임대주택 공급 확대돼야"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이 또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고시원 안전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며 청년 임대주택 사업처럼 주거 빈곤을 겪는 이들에 대한 주거복지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 원인과 관련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다양한 집기나 가연물들의 밀도가 높다"며 "화재가 발생해도 개별적인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 빨리 인지하기 어려운 점과 복도가 좁아 대피를 빨리할 수 없다는 점도 화재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프링클러 설치 등 소방시설을 갖추는 것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화재 발생을 아예 막긴 힘들다"고 부연했다.
사실 고시원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2시간 만에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국일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고시원 원장이 소방 안전 법정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화재경보기가 여러 차례 오작동한 것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화재를 계기로 지난 1월 공포된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시원의 개별방 전용면적은 7㎡ 이상이어야 하고, 화재 등 유사시 탈출할 수 있도록 방마다 창문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 건축기획과는 "2018년 11월 국일고시원 화재 이후 2019년 3월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건축법 개정안을 요청했다"며 "2년간 국토부의 건축법 개정 과정을 거쳐 지난해 6월 건축법이 개정됐다"고 전했다. 또한 "강화될 규정에 고시원이 준비할 기간을 주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 이후 신축이나 증축, 리모델링하는 고시원에만 적용된다. 스프링클러나 창문 설치 등이 없는 고시원은 없던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소급 적용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시원을 만들 당시 적법한 절차대로 만들었지만, 그 후 법이 바뀐 것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 어렵다"며 "창문을 새로 만든다든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해서 바로 공사를 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공사비를 지원해 주고 공사 기간에 거주자들이 머물 공간 마련과 고시원 운영자의 적자까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이런 부분들의 지원과 인센티브 통해 적극 개선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시원이나 쪽방촌같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화복지학과 교수는 "쪽방촌이나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화재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며 "주거 취약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처럼 서울시도 거주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주거 공간 마련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사업이 청년이라고 더 필요하고 노인이라고 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취약계층 모두에게 필요한 복지"라며 "주택 마련도 문제지만 같이 어울려 산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홈리스 행동은 성명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노후 고시원을 매입해 공급하는 '고시원 매입형 공공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고, 2025년까지 1만호를 공급하기로 약속했지만, 대상이 청년 및 대학생 1인 가구로 국한돼 있다"며 "화재가 난 고시원 입실자 18명은 40대 1인, 50대 3인을 제외하고는 전원 60대~80대의 고령자이기 때문에 국토부의 대책은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도 준공 후 10년 이상된 고시원을 매입하여 공급하는 '노후건물 매입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업을 2016년부터 시행하였으나, 2022년에는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사실상 사업을 폐지했다"며 "더 이상 집이 없어 생기는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