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대상 등 파트너십 체결 통한 R&D 가속
관련법 부재…배양육 시장 확대 위한 주요 과제로 꼽혀
최근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형 고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체육이 대중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식품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련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R&D)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육을 넘어 배양육으로 까지 진화했다. 콩과 같은 식물성 성분으로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식물성 대체육 제품은 시중에 많이 나온 상황이지만, 배양육은 생산 비용이 높아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은 대두, 밀 글루텐 같은 식물 추출 단백질로 일반 육류의 맛과 영양, 색깔을 재현해서 만든다. 높은 단백질 함량, 높은 안전성에 생산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육류의 맛과 조직감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배양육은 생명공학 기술로 소나 돼지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시킨 뒤 식품 조미소재 등을 조합해 만든다. 식물성 대체육보다 생산 자원이 적게 들고, 고기와의 맛 유사성이 매우 높아 미래 단백질 공급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배양육은 일반 육류에 비해 토양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물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는다. 동물복지에 기여해 공장식 도축에 따른 비윤리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에 따르면, 세계 배양육 시장은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2040년 배양육 시장은 4500억달러(약 533조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배양육을 양산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건강뿐 아니라 환경, 지속 가능한 미래 등을 고려한 가치 소비 트렌드가 급부상 하고 있는 데다, 윤리적 소비 등이 맞물리면 제품 출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다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를 반영하는 것 자체가 업계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서도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에 어떤 가치가 담겨있는지 전달하는 과정은 이제 기업들에게 필수 요소가 됐다.
CJ는 2020년부터 배양육 사업화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구성해 자체 연구활동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배양육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알레프 팜스’, 싱가포르 ‘시오크미트’ 등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상도 식물성 대체육 개발에 더해 배양육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동물세포 배양 배지 선도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 배양육 및 배양 배지 소재 선도기업인 스페이스에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혁신사업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아티피셜 에코푸드'에 선정돼 2020년부터 서울대학교 줄기세포 및 식육학 연구진, 세종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기능성 식품연구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제품화하는 것이 목표다.
풀무원은 국내 최초로 수산 배양육 진출에 나섰다. 2018년 미국 대표 수산배양육 개발 기업 ‘블루날루’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4년 수산 배양 참치 제품의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블루날루는 세포 배양을 통해 도미·참치·방어 등의 해산물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성장 가능성 ‘무한’…“정부 지원 뒷받침 돼야”
국내 배양육 시장은 현재 규모가 작고, 문화 형성 초기 단계란 점에서 다양한 한계가 뒤따른다. 국내 시장은 배양육 식품 연구 역사가 짧아 해외 대비 기술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 중에서도 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만큼의 식감과 맛, 육즙 구현 등이 업계 과제로 남아 있다.
관련법 부재 역시 배양육 시장의 확대를 위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배양육 관련법이나 식품 인허가 체계가 없어서 생산·판매가 불가능한 데다, 제한적으로 시식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생산 비용이 턱없이 높다는 것도 함께 넘어야 할 산으로 관측된다.
다만 먼 미래에는 배양육 개발이 도축의 대체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국내 기술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 빨리 안정성 판단 기준과 관련법, 인허가 체계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천기술 개발단계인 배양육 산업은 바이오테크 기술 진보로 초기 기술혁신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과 ‘배양육 산업화’를 위한 규제·관리방안 마련이 뒷받침 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