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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애는 콘텐츠③] “배리어프리 버전, ‘모두’가 ‘평등’하게 즐기기 위한 일”


입력 2022.04.14 15:40 수정 2022.04.14 10:4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화면해설은 빈 공간을 활용하는 작업…다른 창작 작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력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 일.”

“장애인이 더 이상 수혜자 아닌 소비자로서 인식이 되면 좋겠다.”

“배리어프리 버전은 평등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문화, 예술은 누구나 즐기는 것이지 않나. 장애인들도 함께 즐기는 것은 당연하다.”


강내영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자막 등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시력인 화면해설 작가인 강 대표는 지난 2011년부터 방송, 영화 등 영상 분야의 화면해설대본 작업을 해오다가 2017년부터 연극, 무용,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배리어프리 버전을 기획·제작하는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를 설립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가 선보이는 무용 배리어프리 버전ⓒ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

처음에는 화면해설이 ‘필요’해서 시작했다. 같은 저시력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보이는 것을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어 화면해설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화면해설 대본을 쓰는 작가로 시작해 제작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시각장애인은 아예 안 보이거나 빛 구분은 가능하거나 부분만 보이는 등 증상이 병에 따라 제각각이다. 청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그에 맞는 개별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제작에 참여해야 한다고 판단해 회사를 설립했으며, 장애인 참여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사회 참여 기회도 제공할 수 있고,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나아가 장애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 직업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적 정보와 소리로 알 수 없는 청각적 정보를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에서는 화면해설은 물론, 자막과 수어 등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버전도 함께 제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서비스의 ‘퀄리티’다.


“화면해설은 빈 공간을 활용하는 작업이다. 대사 사이 빈 공간, 평균 5초 동안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극의 흐름에 맞게 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0.5초만 타이밍이 밀려도 감상에 방해가 되거나 느낌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본을 쓴 작가뿐만 아니라 대본을 읽는 내레이터, 편집자와 모니터 요원의 역할이 크다.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줘야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자막과 수어 역시도 마찬가지다. 배리어프리버전 제작 을 하는 데에는 다른 창작 작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력과 시간,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특히 강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일방적 전달’이 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다. 정보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닌, 콘텐츠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하려면 전달 방식에도 신경을 써야 했던 것이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비장애인이 느끼는 감동을 최대한 전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좋다. 만드는 사람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먼저 제공하고, 그것으로는 부족할 때 주관적 표현을 사용한다. 기본은 지키되 작품에 따라 객관적 정보와 주관적 표현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는 것이 전문적인 일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배리어프리가 왜 필요한지 알고, 나아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제작비를 언급하시는 분들이 있다. 잘 몰라서 그런 걸 테지만 사운드플렉스의 경우 각 파트별 참여하는 전문 인력이 최소 3명, 화면해설과 수어, 자막을 다 제작한다면 적어도 10명 이상이 투입된다. 제작 시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니터를 필히 진행한다. 화면해설의 경우 대본 초고를 쓰면 회사 설립 취지에 맞게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을 한 후 녹음·믹싱을 해 최종 결과물을 만든다. 자막의 경우에는 대본 초고를 쓰면 비장애인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 후 1차 편집 영상을 가지고 청각장애인의 모니터를 받는다. 이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일어나는 문제인데, 이러한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불어 강 대표는 화면해설의 대중화와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더 많은 콘텐츠들이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들어져서 장애인들이 선택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비장애인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연, 무용, 미술 등 전문 분야에 있는 분들이 시각장애의 이해와 설명하는 기술을 배운다면 저보다 더 쉽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리고 극장이나 극단에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 전문 인력이 있다면 더 많은 콘텐츠들을 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이 더 이상 수혜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인식이 되면 좋겠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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