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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잔치' 끝?…원가 부담에 긴장하는 정유사


입력 2022.04.18 11:46 수정 2022.04.18 11:46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산유국 OSP 인상에 中 봉쇄 조치로 정유사 '부담'

조 단위 분기 영업익 2분기부터 그칠 가능성↑

국내 정유4사 로고ⓒ각사

정유사들의 조 단위 '실적 잔치'가 올 1분기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분기부터는 재고평가이익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는데다 상하이 봉쇄 등으로 아시아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섭게 아시아 공식판매가격(OSP)을 올리고 있는 점은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높아지는 원유 수출가격에 정유사들은 잘 나가던 실적이 크게 주저앉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5월 아시아 아랍 라이트(Arab Light)에 대한 OSP(Official Selling Price)를 배럴당 9.35달러로 1분기와 비교해 3배 가량 인상했다.


OSP는 두바이유, WTI, 브렌트유 등 각 지역의 벤치마크 원유 가격에 붙는 할인(디스카운트) 또는 할증(프리미엄) 가격을 말한다. 할증이 많이 붙을수록 비싼 돈을 주고 원유를 사와야 한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수의 산유국들은 원유를 선적하기 전 OSP를 발표한다. 예를 들어 4월 초에 5월 선적 원유의 OSP를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 1분기 평균 2~3달러 수준이었던 OSP는 4월 4.95달러로 올라선 뒤 5월 9.35달러로 급등했다. 두 달 새 3배 가까이 OSP가 뛴 것이다.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사우디아라비아 발표를 참고해 자국 원유에 대한 OSP를 책정하기 때문에 OSP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OSP 인상은 국내 정유사들에게 적잖은 부담 요인이다. 아시아 지역 OSP가 할증된다는 것은 그만큼 중동산 원유를 쓰는 정유사들의 원가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원가 비중이 늘어나니 결과적으로 이익 규모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도입한 원유 9억6014만7000 배럴 중 중동산이 5억7443만 배럴로 전체의 59.8%에 달했다. 도입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만큼 원가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OSP로 실질 마진이 낮아지기 때문에 2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동산 원유 수출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로 석유 공급 우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러시아 원유 수출이 봉쇄되면서 유럽에서 중동산 원유 구매 욕구가 늘었을 뿐 아니라, 기존 정유사에서도 구매 요청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4월 초 국내 정유사 정제이익은 싱가폴마진에서 OSP, 고정비를 제한 3달러 수준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 중동발 원유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석유제품 소비 위축 우려가 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 봉쇄령을 내렸다.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에 따른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소비 위축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양호한 생산에도 점차 차질이 발생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하락하고 글로벌 공급망과 인플레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4월 보고서(MOMR)를 통해 중국의 1분기와 2분기 석유 수요가 1434만 배럴, 1510만 배럴로 이전 전망치 보다 20만 배럴, 40만 배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 우려 및 글로벌 소비 위축 등 대내외 리스크는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6519억원, 6536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1분기 실적을 견인한 재고평가이익 효과가 모두 사라진데다, 바닥권을 보이고 있는 석유화학 시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시아 정제마진이 워낙 초강세를 형성하고 있기에 부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의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 억눌렸던 수요가 회복되면서 정유사들의 이익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봉쇄조치 해제 시 중국 순수출 급감으로 향후 역내 수급은 지금보다 타이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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