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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장르 특화·숏폼·시선 분산'…아이돌들의 영리한 연기 도전


입력 2022.04.21 13:52 수정 2022.04.21 13:5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연기 도전 역사는 꽤 길다. 제작사들은 이들의 탄탄한 팬층을 활용해 작품의 손쉬운 흥행을 노렸고, 아이돌 가수들은 기존의 가진 인지도를 활용해 신인 배우들과 달리 ‘시작’부터 주, 조연급으로 바로 직행했다.


부작용도 컸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인지도에 힘 입어 주연을 맡은 아이돌들은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며 질타를 받았다. 연기돌에 대한 편견이 생겨고 평가 잣대가 엄격하게 적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열연으로 좋은 성적을 얻어 이같은 프레임을 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PM 이준호, 제국의 아이돌 임시완, 소녀시대 윤아, 엑소 도경수 등 3세대 아이돌의 경우에는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주연 러브콜을 받는 사례들이 늘어났고 연기 병행을 꿈꾸는 다음 세대 아이돌에게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의 계보를 이을 연기돌들은 최근 트렌드를 활용해 영리하게 배우라는 영역에 발을 딛고 있다. 무턱대고 드라마나 영화의 주, 조연을 맡기 보다는 대세가 된 웹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해 경험을 다진다. 러닝타임이 짧고 화면 전환이 빠른 웹드라마의 경우 다소 연기력이 미진해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또 웹드라마는 관객수나 시청률이 아닌 조회수와 화제성으로 성패를 가른다. 기존 팬들과 해외 팬들까지 접근이 쉽기 때문에 흥행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연기 신인' 아이돌들은 위험 부담을 낮춘 상황에서 이 점을 적극 활용해 기회의 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에이프릴의 이나은, 레드벨벳 예리, 펜타곤 홍석, 업타운의 김우석, 등이 웹드라마로 배우에 도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DKZ의 재찬은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로 사랑 받은 후, 지난해 발표한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CRAZY NIGHT)’과 '뤼팽'(LUPIN)이 국내 음원 차트 역주행을 하는 결과를 얻어내며 '연기돌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영화의 경우에는 개봉을 앞둔 '서울 괴담'이 아이돌들의 충무로 데뷔에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약 1500편의 뮤직비디오와 CF 촬영 경험이 있는 홍원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서울 괴담'은 총 16명의 주연 배우 중 전, 현직 아이돌만 14명이 출연한다. 여기에 봉재현, 서지수, 설아, 셔누, 엑시, 아린, 주학년 등은 연기가 처음이다. 하지만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진 옴니버스라는 구성의 덕을 톡톡히 봤다.


2시간이 아닌 15~20분 내외로 짧게 에피소드와 공포영화 장르 특성상 긴장되는 전개가 휘몰아쳐 어색한 부분이 있더라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또한 편집을 이용한 시선 분산으로 보완 효과를 얻었다. 서지수, 셔누, 아린의 경우에는 발군의 연기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홍원기 감독은 "뮤직비디오를 20년 째 하고 있는데 평소 눈여겨 봤던 멤버들이 있었고, 연기를 시켜보고 싶은 친구들을 우선적으로 캐스팅 했다. 공포영화다보니 새로운 얼굴에 대한 갈증을 채우고 싶었다"라고 아이돌들을 대거 출연시킨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역량에 맞지 않는 주연부터 시작해 혹평을 받는 사례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더블패티', 엑소의 찬열은 '더 박스'로 무리한 연기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틴탑의 니엘은 '스웨그', B.A.P 출신 문종업, 소나무 전 멤버 김나현, 앨리스의 소희는 '아이돌 레시피'로 어색한 연기는 물론 존재감도 발휘하지 못했다. 흥행은 고사하고, 화제성까지 놓치면서 미래의 연기돌들의 반면교사 사례로 남았을 뿐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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