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기세가 파죽지세다. 이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 4일 개봉해 단 3일 만에 1억 5700만 달러(한화 약 2239억원)를 벌며, 게임 원작 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 보유작이었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무비'의 1억 4630만 달러(한화 약 2086억원)를 넘었고, 3일 만의 수익으로 2025년 북미 박스오피스 전체 순위 2위에 오르며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세를 보여줬다.
4월 11일 기준, 북미 누적 수익은 1억 9320만 2117달러, 월드와이드 수익은 3억 4390만 2117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현재 연간 1위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의 4억 1325만 7265달러를 추격하는 수치로, 같은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의 최대 기대작이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보다 훨씬 빠르고 폭발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흥행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동명의 원작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방대한 팬층, 특히 Z세대와 알파세대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현지 분석이다. 이들은 이미 게임을 통해 익숙해진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극장에서 그 세계를 재경험하는 데 큰 만족을 느낀다. 영화는 이 같은 세대적 팬심에 정확히 호응하며 인기 캐릭터와 설정을 충실히 반영했고, 시각적으로 재현된 게임 속 요소들은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흥행 시점 또한 탁월했다. 경쟁작이 적은 시기에 개봉하면서 가족 단위 관객층을 자연스럽게 흡수했고, 제이슨 모모아와 잭 블랙 등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캐스팅은 관객층을 더욱 확장시켰다.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성공은 단순히 게임 원작 영화라는 범주를 넘어서, 최근 극장가에서 영화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특히 탄탄한 서사보다는 이미 친숙한 세계와 캐릭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경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현지에서는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스토리보다 체험 중심, 구조보다 감각 중심의 영화로 기획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전략적 결과라고 평가되고 있다.
물론 혹평도 존재한다. 로튼토마토 평론가 평점에서는 썩은 토마토 판정을 받았으며, 이야기의 개연성과 구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반 관객 평점은 87%로 높은 편이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라는 인식이 티켓 구매로 이어졌다.
결국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익숙한 콘텐츠의 재해석과 감각적 구현이 서사 중심의 전통적 영화 문법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줬다. 현재 영화계는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세계를 얼마나 잘 구현하고 확장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물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속편 중심의 영화들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지금, 관객의 소비 성향 변화를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충족시켰다.
앞으로 영화 산업은 익숙함의 힘과 팬덤 기반 세계관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가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에,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행보를 하나의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