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대통령 퇴임 전 인사 교환 이례적 평가
文 "대화로 국면 넘어야"…金 "얼마든 발전"
靑 "대결 보단 대화 강조…깊은 신뢰로 이뤄져"
남북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친서를 교환했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MB)을 시험발사하는 등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정상 간 소통으로, 친서 교환 내용을 공개한 건 지난해 7월 27일 이후 9개월여 만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양 정상 간 깊은 신뢰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향후 남북 관계 발전에 밑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친서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보낸 친서에서 남북대화가 희망한 데까지 이르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 "아쉬운 순간들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됐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 협력에 임해달라"며 "남북이 만들어낸 판문점 선언과 평양선언 9·19 군사합의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남북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귀중한 동력으로 되살아날 것을 언제나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보낸 답신에서 "우리가 희망했던 곳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며 "지금에 와서 보면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여지껏 기울여 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계속해 진함 없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제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애쓴 문 대통령의 수고를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잊지 않겠다.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언급했다.
남북 정상은 김 위원장이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낸 걸 시작으로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다.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한 건 지난해 7월 27일 이후 9개월여 만으로, 당시 남북은 단절됐던 통신연락선 복원 소식을 전하며 양 정상이 친서를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고 동시에 공개했다.
다만 남북 정상이 남측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인사를 교환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대변인은 "이번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은 깊은 신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친서 교환이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 정상은) 경우에 따라 남북에 사건·사고가 있을 때 내용을 발표한 적도 있다"면서 "친서는 정상 간 개인적인 서한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교환 사실 자체를 그때그때 발표하지 않는데, 필요할 때 필요한 내용의 친서는 교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에서 핵실험 징후가 있고 ICBM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자제해달라는 구체적인 당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시다시피 북한 미사일, 핵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며 "어떻게든 대결보다는 대화로 국면을 넘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강조된 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답방을 논의할 수 있는 국면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