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의 시행 시기만 늦춘 것…성급한 법안 처리 멈춰야"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 없어…언론보도 통해 처음 알았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재안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동의한 것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김 총장은 25일 대검찰청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자청해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므로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다"며 "기소검사가 사건관계인의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진술 한번 듣지 않고 수사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고, 그런 기소검사의 판단을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 부패범죄, 경제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종전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됐으나 박 의장의 중재안에 따라 향후 삭제될 범죄 수사에도 공백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재안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난 검찰 수사를 금지한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별건 수사 금지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지만 단일성, 동일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면, 해석 여하에 따라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 수사를 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총장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을 논의할 사법개혁특위 설치안에 대해서도 "'선 결론, 후 논의' 방식의 특위는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며 "검수완박 결론을 내려놓고 시행 시기를 정하는 특위는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지난 22일 정치권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검찰총장으로서 현 상황과 관련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책임있는 공직자의 도리라 생각해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충정으로 대통령님과 국회의원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국민의 여론을 존중해 주시고, 성급한 법안 처리를 멈추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자신이 중재안 내용을 미리 알고 동의까지 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몰랐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의장님은 40분 정도 할애해서 충분히 (검찰 입장을) 경청해주셨고 중재안이나 여야 협의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며 "(중재안 소식은) 다음날 출근해서 간부회의를 하는 과정에 속보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면담 과정에서 중재안 내용을 알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저는 중재안의 '중' 자도 들어본 적 없고 언급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안 제출 이후 정당과는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 등으로 재직하며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검찰개혁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2019년의 검찰개혁은 검찰·경찰·법무부·시민단체가 참여하고 공청회도 했고 지난한 절차를 거쳐 국회에서 결정했다"며 "지금은 당사자 의견을 듣는 절차를 생략했고 국민도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남은 임기를 지키지 않고 사직한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대검으로 향하고 그 정점인 저에게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분들을 대표해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반대 입장도 강력히 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