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매출 46.7%' 투심 위축 우려
"공모가, 밴드 상단 직행에 무게"
'공모 대어' SK쉴더스의 수요예측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시장에서 수요예측 성적이 일반 청약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약 4개월 만의 조단위 기업공개(IPO)인 만큼 SK쉴더스의 성적에 따라 하반기 공모 시장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내달 3~4일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지난 25일부터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수요예측 결과가 SK쉴더스 IPO 흥행 여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을수록 기관확약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공모주 중 수요예측 경쟁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2023.37대 1을 기록했다. 이 종목은 기관확약비율이 53.8%로 높았다. 반대로 기관확약비율이 83%로 최고 높았던 케이옥션도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637.86대 1로 치열했다.
기관확약비율이 높은 종목은 상장 후 주가 부양 기대감이 반영돼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은 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76대 1로 지난해 1154대 1에 한참 미치지 못했는데, IPO 종목들의 공모가 대비 시가 상승률 평균도 43.9%로 전년(54.4%) 대비 10.5%p나 떨어졌다.
SK쉴더스의 수요예측 전망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몸값이 합리적으로 측정 됐다는 평가와 구주매출 수요가 높아 흥행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다.
SK쉴더스는 이번 IPO를 통해 총 2710만2084주를 공모한다. 이중 신주발행은 1445만4445주(53.3%)이고 구주매출은 1264만7639주(46.7%)다.
이는 올해 공모주 중 구주매출 비중이 31.8%로 가장 높았던 인카금융서비스를 압도하는 수치다. 지난 2월 인카금융서비스는 수요예측 경쟁률 13대 1을 기록했고, 기관 확약수는 2건에 불과했다.
통상 구주매출이 높을수록 투자심리가 떨어지는 경향이 관측되는데, 이는 공모자금 일부가 상장사 대신 기존 주주에게 유입되는 탓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SK텔레콤이 SK쉴더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함께 한 프라이빗에쿼티(PE)의 구주 매출로 추정된다"며 "공모를 통한 현금 유입 중 절반이 회사가 아닌 PE 측으로 유입된다는 점은 멀티플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구주매출이 높다는 지적에도 SK쉴더스의 공모가는 밴드 상단을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밴드 범위가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SK쉴더스가 제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1000원에서 3만8800원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밴드는 비교집단(Peer)으로 에스원, 안랩, 싸이버원, 타이완세콤을 선정해, 적용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거래배수 14.86배, 할인율 33.6~16.9%로 산출됐다. 이는 최근 5년 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할인율 평균(35.1%~21.6%)과 큰 차이 없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사업부문별 유사성을 기준으로 비교집단을 선정했기 때문에 업체들의 비교선정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등 시장 변수가 많은 만큼 하반기 IPO 대어들의 흥행 여부는 세부사안들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대어급 공모주에 대해 구주매출 물량과 상장 이후 유통 주식 수, 전방 산업의 성장성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