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만 투자 이후 전장서 뚜렷한 행보 없어
LG,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전장 인프라’ 구축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자동차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지만 사업 전개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며 발빠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은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이면서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장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나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하만 인수 이후 전장 분야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하만이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디지털 콕핏 시장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내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지난 2015년 신설 이후 5년여 만에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등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 탓에 지난2019년 등기 임원에서 제외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취업제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출장 역시 법무부로부터 별도의 승인 없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글로벌 현장경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구 회장의 주도로 최적화된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사업 전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록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자동차 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가 아직 적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장부품 ‘탑티어’를 목표로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 VS사업본부가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수주 확대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전장 인프라 구축에 전념했다. 구 회장이 그룹차원에서 전장사업을 직접 챙겼던 것이 LG전자가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셈이다.
현재 LG전자는 V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조명과 파워트레인으로 이어지는 전장 인프라를 완성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글벌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합작 설립한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과 지난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조명회사 ZKW가 있다.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의 경우 최근 멕시코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거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ZKW도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5년 간 수많은 재판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웠다”며 “특히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미래사업 전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면복권을 통해 좀 더 제대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결자해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하만은 이재용 부회장 취임 이후 삼성의 가장 큰 M&A 중 하나”라며 “이는 이 부회장의 구상 속에서 전장 사업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속적인 사법리스크로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하면서 투자 등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는 복권 등의 조치 없이는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