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탈당애 형해화된 국회선진화법
살라미 본회의, 필리버스터 무력화
'찬성 필리버스터'로 반대토론 방해
국힘 "절차·내용 위법, 헌재 나서야"
국회가 30일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이후 형사소송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무제한 반대토론)이 진행되며, 자정이 되면 산회한 뒤 민주당은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한 뒤 내달 3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을 강행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공표를 위해 본회의와 국무회의 시각도 조정된다. 주로 오후 2시에 소집했던 본회의를 오전 10시로 당기고 대신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개최하던 국무회의는 오후로 미룬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된 뒤 국무회의에서 바로 심의하겠다는 노림수다. 노골적인 꼼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멈추지 않을 기세다.
국무회의 시간 조정 외에도 이번 검수완박법안의 국회 처리 과정은 절차적 민주주의 무력화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이 그 시작이었다. 안건조정위원회에 배치하려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반대 의사를 드러내자 민주당은 자당 소속의원을 탈당시켜 '야당' 몫으로 배치, 위원회를 무력화시켰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상 여야 간 쟁점이 있는 법안을 회부해 최장 90일 동안 숙의하도록 마련된 입법 절차 중 하나다.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함으로써 다수당의 독주를 막고, 소수당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탈당 꼼수로 안건조정위 무력화 전례가 남게 된 만큼, 향후 얼마든지 우회가 가능한 명목상 제도로 전락하게 됐다.
사법부가 입법 과정의 문제를 다룬 전례가 거의 없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안건조정위 무력화에 대한 시비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0년 5월 헌재는 "안건조정제도는 국회 내 다수 세력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를 저지하는 기능이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른바 '살라미 본회의'도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자리를 잡은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우회로로 통한다. 필리버스터 대상이 된 법안은 다음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표결한다는 규정을 활용, 회기 하루짜리 임시국회를 쪼개 수차례 소집한다는 뜻에서 '살라미'로 불린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당초 내달 4일까지 예정돼 있던 4월 임시국회 회기를 지난 27일까지로 앞당기는 '회기 종료의 건'을 상정했으며, 30일과 내달 3일 본회의 개최를 예고한 상태다.
'찬성 필리버스터'가 등장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필리버스터의 사전적 의미는 '국회 소수파가 다수파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함께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찬성의견을 피력하는 등 사실상 반대토론을 방해해왔다. 역대 최장기간 진행된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에 살라미 본회의도, 찬성 필리버스터도 하지 않았었다.
민주당의 절차적 민주주의 파괴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악법 강행은 절차·내용·목적 정당성을 모두 상실했다"며 "본회의 상정 전에 헌재의 결정 내려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약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용납하지 않는 참으로 무자비하고 피눈물도 없는 정당"이라며 "법사위 안건조정위 견제장치도 휴지조각으로, 필리버스터 권리조차 쪼개기 회의로 짓밟기를 했다. 70여 년의 형사소송법체계가 무너지는 일이 코앞에 온 상황에서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은 헌재가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