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일 국무회의 일정 연기해야" 주장
국힘 "꼼수 본회의 이어 꼼수 국무회의 주문"
권성동, 국회의장에 "본회의 조기 개의 재고"
'文거부권·朴의사진행'에 法저지 마지막 희망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하루 앞두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의장의 본회의 상정 저지 현실적으로 법안 강행 저지 수단으로 보고 두 사람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의장이 국민의힘 요구대로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본회의 상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꼼수 탈당, 꼼수 회기 쪼개기, 꼼수 본회의 통과도 모자라 꼼수 국무회의를 주문했다"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만 남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헌정 수호라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꼭 거부권을 행사해 최소한 마지막이라도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 제369회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상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기존 6대 범죄에서 '경제·부패' 등 2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민주당은 오는 3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통과시켜 검수완박 법안을 완성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회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소법 개정안을 역시 같은 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올려 검수완박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하지만 '회의 시각'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검수완박이 완성되려면 3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정식 공포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법 제72조에 따라 박 의장과 협의해 통상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를 오전 10시로 당겨 놓은 상황이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를 오전 중에 처리하기 위해서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도 본회의와 같은 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국무회의가 오전 10시에 열릴 경우 법안 상정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단 점이다. 이에 민주당은 법안의 본회의 통과와 대통령 재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청와대 국무회의 시간을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무회의 개최 시점과 방식에 대해 청와대에 요청할 생각이 있나'는 질문에 "제가 한 것은 아니지만, 국무회의 개최 시점과 방식과 관련해 당의 의사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전날 "우리로서는 검찰 개혁 법안이 당일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며 "이제 결정은 청와대가 해야 한다. 그래서 늦게 할 것인가, 아니면 별도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처리할 것인가 정도의 초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완성의 마지막 열쇠를 지닌 두 사람인 박 의장과 문 대통령을 압박해 본회의 조기 개의 재고와 국무회의 내 거부권 행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실제로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내일 본회의 개의 일시가 국회법에 따르면 오후 2시로 돼 있는데 10시로 당기는 문제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박 의장은 권 원내대표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직을 사퇴하고, 국회의원으로서 '위장 탈당'이라는 전대미문의 꼼수로 민주주의를 우롱한 민형배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당장 사퇴하시라"며 박 의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조수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자기 비리 수사 막기 위해 급조한 법안을 스스로 의결하고 공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유례없는 위장탈당, 공청회 없는 입법 등에 대해 국민 시선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에 집중돼 있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 달라"고 피력하며,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상황에 따라 국민의힘의 전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업무체계가 디지털화 돼 있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국무회의로 보내는데 특별한 시간이나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준비만 미리 해놓는다면 한, 두 시간의 여유만 있어도 법안 상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미룰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과거 대통령들이 그랬듯 본인의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할 수도 있는 만큼 국무회의 자체가 11시 정도로 늦춰져 검수완박이 상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