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고검장급 인사 첫 사직… 권순범 "역사의 심판 뒤따를 것"


입력 2022.05.03 17:10 수정 2022.05.03 17:23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4월 22일 검수완박 중재안 여야 합의 당시 사의 표명 이후…첫 공개 사직 의사 밝히고 물러나

"고위간부로서 책임지고 부당한 입법 항의하기 위해 사직서 제출…할 수 있는 일 없어"

"거대 경찰 통제 고민 없고, 국민 고통 안중에 없어…독선·불통의 입법참사 반면교사 삼아야"

"입법절차 위헌성·부당성 언급할 가치도 없어…대한민국의 국격·인권 후퇴하는 현실 참담'"

사진은 검찰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권순범 대구고검장이 사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물러났다.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두고 여야가 동의할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전국 6명의 고검장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된 바 있다.


권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글을 올려 "고위간부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당한 입법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그 후로도 입법 저지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왔지만 오늘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사직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 관계자들을 향해 "누군가는 남아서 할 일이 있고 누군가는 떠남으로써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이번에 검사장과 부장검사, 평검사, 수사관이 머리를 맞댔고 게시판에는 집단지성의 힘이 넘쳤다. 부디 이 에너지를 사장시키지 말고 계속 정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권 고검장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공직범죄와 선거범죄를 검찰에서 수사 개시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더니 뜬금없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이 집중되는 거대 경찰을 통제할 고민도 없었고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해진 경찰수사 지체와 그로 인한 국민 고통 역시 안중에 없었다"고 지적한 권 고검장은 "입법절차의 위헌성과 부당성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검찰개혁은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고검장은 "대한민국의 국격과 인권이 후퇴하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며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쓴소리를 드린다"며 "독선과 불통으로 얼룩진 이번 입법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매사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