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가 근태 관리했다면 ‘위탁계약형 지점장’도 근로자”

대법서 지점장들 근로자성 소송 6건 동시 심리…인정 ‘2건’ 불인정 ‘4건’

보험사 상위 영업조직이 위탁계약형 지점장 지휘·감독하면 ‘인정’

자율적으로 일했거나 보험사가 지점장 지휘·감독 안했다면 ‘불인정’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지점의 운영·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 이른바 ‘위탁계약형 지점장’을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지점의 운영·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 이른바 ‘위탁계약형 지점장’을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동시에 심리한 6건 중 명칭과 계약서 형식이 외형상 같은 일부 위탁계약형 지점장에 대해선 법적인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종이나 직위에 따라 기계적으로 동일한 결론을 내려선 안 되고, 구체적 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보험사의 지점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4일 확정했다.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B 보험사의 ‘사업가형 지점장’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지점장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이들 위탁계약형 지점장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보험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판단한 이유는 ‘업무 형태’다.

이번 사건의 보험사들은 상위 영업조직이 하위 영업조직을 관리·감독하는 구조다. 상위 영업조직의 장이 위탁계약형 지점장에게 실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관해 1일 업무보고를 받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고정급을 받는 정규직 지점장은 아니었지만 실제 업무 형태가 정규직 지점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규직 지점장과 비슷한 시간에 보험사 지점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했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근태관리도 이뤄졌다고 봤다.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반면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와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로 나눠 진행된 퇴직금 등 청구소송 4건에선 위탁계약형 지점장들을 법적인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C 보험사와 D 보험사에서 위임직 지점장 등 형태로 일한 원고들이 회사로부터 실적 목표 등의 달성을 독려받았지만, 공지·통보된 내용은 추상적 또는 일반적이었고 보험사가 지점장들의 업무를 일일이 정하거나 지휘·감독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탁계약형 지점장들이 자기 돈을 들여 업무보조인력을 직접 채용했고, 소속 보험설계사의 해촉으로 수수료를 환수당하기도 한 점 등을 들어 이들에게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비용·책임 부담을 인정할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격차도 커 수수료를 임금으로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보험사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해 대법원이 최초로 판단을 내린 사례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로자성 판단 대상이 모두 보험회사 위탁계약형 지점장으로 같다고 해도 개별 사건에서 업무 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며 “직종 등에 따라 기계적으로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연장선에 있다. 어떤 이가 법적으로 근로자인지 아닌지는 실질적인 사실관계에 더 무게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들에서 ▲본사 방침이나 영업조직을 통해 위탁계약형 지점장을 관리하는 방식이나 정도가 업무 수행에 관한 상당한 지휘·감독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근무시간 등에 구속을 당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