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배 가까이 적체, 급지 낮은 지역 매물 정리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강남3구 증가 속도 '더뎌'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올해 처음으로 11만개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에 이른다. 집값 상승세가 더딘데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급지가 낮은 지역의 매물을 정리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은 이날 기준 10만885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매매와 전세 물건을 모두 합친 수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 4~5일에는 11만개를 넘어서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매물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매물이 증가했는데, 일부지역에선 재작년 보다도 많은 매물이 쌓여있는 상태다. 실제로 화성에선 매매 물건이 8571개가 등록됐는데, 2년여전 매물 적체가 가장 많았던 때와 비교해도 500개 이상 많다.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쪽에 매물이 많이 쌓여있다”며 “지금 사겠다는 사람도 적은 편이라, 계속해서 매물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는 5월11일 양도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20~30%p)을 1년 한시 면제키로 했다.
현재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p를 중과해 최고 65%가, 3주택자는 30%p를 중과해 75%의 세율이 적용된다. 해당 기간 내 집을 팔게 되면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또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다음달 1일 전에 잔금 청산을 마칠 경우 종합부동산세도 덜 낼 수 있다.
이 외에 집값의 상승세가 더뎌지거나 하락하는데 반해 보유세 부담도 커지면서 수익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다주택자 매물이 꽤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그간 2~3년 동안 집값이 올라 수익을 본 상황인데다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이 있는 만큼 거래하려고하는 이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서울의 강남3구(강남·송파·서초)는 1년여 전과 매물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상황이다. 반면 노도강 등 서울 외곽지역의 매물은 빠르게 증가하며 이미 2년여전 수준을 회복해 가고 있다.
임병철 팀장은 "강남권 등 보유 가치가 높은 지역의 부동산들을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들 지역에서 매물이 크게 늘거나 하진 않을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