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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코로나19·물가 ‘공포’…전문가 “환율 상단 1300원 이상 열어놔야”


입력 2022.05.10 09:55 수정 2022.05.10 10:07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원·달러 환율 연고점 잇따라 경신

美 물가 피크아웃 불발 시 변동성↑

9일 원·달러 환율 1.3원 오른 1274.0원에 장을 마쳤다.ⓒ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문턱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정책과 중국 봉쇄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 美 연준 ‘자이언트 스텝’ 예의주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2원 오른 1276.0원에 출발했다. 2020년 3월 23일 1282.5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연고점이다. 이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한 영향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에 따른 환율 상승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언했지만 유럽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 발생) 우려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영국은행(BOE)은 경기침체 리스크를 경고했고,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 또한 침체 우려에 6월 금리 인상 논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한 위안화 약세 폭 확대도 원화가치 하락의 재료가 되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둔화가 나타나자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무려 0.25%p 인하하며 시장에 약 10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풀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美·中 리스크 혼재…“환율, 1300원 뚫는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율 상단을 1300원에서 그 이상까지도 염두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고 물가압력이 지속될 경우 환율 상단은 1300원 이상까지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으로 환율을 전망하고 있지 않지만 1300원까지 상단을 열어야 한다”며 “연준이 올해 두 차례 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고, 미국 물가 쇼크가 이어진다며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금리 인상 싸이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3~4분기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에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의 경우 “1300원대를 일시적으로 터치는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꽤 오랫동안 1280원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11일(현지시간) 발표를 앞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CPI는 지난 3월 발표에서도 8.5%(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해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8.1% 내외로 추정된다. 만약 4월 미국 물가 상승률이 다우존스 예상 수준인 8.1%를 웃돈다면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에 현행 금리인상 경로에 변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 부합 결과가 나올 경우 시장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현재의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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