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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주주 복 없다?…자체 경쟁력에 명운 걸어라 [조인영의 적바림]


입력 2022.05.13 07:00 수정 2022.05.13 05: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마힌드라가 손 뗀 이후 2년 여간 표류 상태…신차·후속 모델 줄줄이 늦어져

투자 받아도 경쟁사 압도할만한 전기차·내연기관차 내놓을 지 의문

이동걸 전 산은 회장 "본질적 경쟁력 취약" 발언 가슴에 새겨야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최근 쌍용자동차를 보면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2020년 공식적으로 손을 떼겠다고 한 이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어서다.


HAAH오토모티브 홀딩스나 에디슨모터스와 연을 맺나 싶었지만 투자의향서(LOI)를 내지 않거나 막판 잔금을 치르지 못해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그 사이 쌍용차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돼 2020·2021년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거절됐고,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거래소로부터 구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상장폐지되면 인수자의 외부자금 유치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로 진행된 재매각에는 KG그룹-파빌리온PE, 쌍방울그룹, 이엘비엔티 등이 참여했고 이날 조건부 계약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가까스로 흥행 기회를 살렸지만 응찰한 기업 모두 규모가 크지 않아 인수 이후 운영자금 투입 여력에 의문부호가 찍히는데다, 자동차 제조 경험도 전무해 새 주인이 된다 하더라도 쌍용차 정상화를 과연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더욱이 인수 과정에서 에디슨모터스 사례처럼 계약이 막판에 미끄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인 10월 15일까지 인수자를 다시 찾기가 쉽지 않다. 쌍용차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동아줄인 셈이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대주주 복이 없어 쌍용차가 회생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적당한 인수자를 만나기만 한다면 쌓인 빚도 갚고 신차를 출시할 동력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쌍용차가 심폐소생만 해주면 알아서 걷고 뛸 수 있는 기업이라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냉정히 생각해볼 대목이다.


현재 쌍용차는 SUV와 픽업트럭만 생산하고 있다. 티볼리, 코란도, 코란도 이모션,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가 전부다. 라인업이 단출해 한 차종 판매가 부진하면 전체 수익이 타격을 입는 구조다.


기업이 작더라도 자금력이 탄탄하기만 하다면 주기적으로 신차를 내놓을 여력이 생겨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풀체인지(완전변경) 생애주기를 5~6년 정도로 보는 데, 특히 경쟁 브랜드의 신차 효과가 빠지는 시기를 감안해 후속 모델을 내놓으면 판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판매대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후속 모델을 위한 신차 개발비도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쌍용차는 오랜 기간 자금난으로 묶인 탓에 신차 개발 및 출시 일정이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있다.


쌍용차는 2019년 2월 4세대 코란도 출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볼륨 차급에서 신차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지만,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려줄 차종은 아니다. 2015년 출시된 티볼리, 2017년 나온 렉스턴, 2018년 내놓은 렉스턴 스포츠 모두 후속 모델 가망이 없는 상태다.


어렵사리 투자를 받아 신차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경쟁 브랜드를 압도할 만한 상품성을 갖출지도 의문이다. 한 때 잘나갔던 티볼리는 셀토스, 코나, 트레일블레이저, XM3 등의 출시로 소형 SUV 차급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힘을 못 쓰고 있고 기함으로 불리는 렉스턴도 모하비, 팰리세이드, 트래버스 등 이미 쟁쟁한 경쟁차종이 즐비하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중형 SUV인 J100을 출시하고 전기차를 선보여 재도약하겠다는 입장이나 다수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입지를 굳히고 있는 완성차 브랜드를 제치고 판매 우위를 확보할지도 의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한계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계속기업가치 보다 높게 책정됐다. 회계법인 등이 산정한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는 6209억원, 청산가치는 9824억원으로 청산가치가 3615억원 더 높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에 대해 "본질적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부품·협력사 등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20만명이나 달려 있다는 호소만으로,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군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수 천억원의 운영자금과 신차 개발비를 선뜻 조달할지도 미지수다. 인수 자금을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도 대당 3000억원씩 투입되는 신차 프로젝트는 현 후보군들의 사이즈를 감안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쌍용차가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인수자를 만나지 못한 것은 급변한 자동차 산업과 대내외 리스크 외에도 스스로 일어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가 크다. 재매각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지만 그나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한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아무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쌍용차는 주지해야 한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뒤 폭등한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둔 사례처럼 '주가 뻥튀기'가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는 '먹튀'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인수가 되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정부가 어떻게든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접어야 한다. 제조업체로서 상품의 가치가 없으면 사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매물의 경쟁력이 없으면 제대로 된 원매자가 나올 리 없다.


작지만 탄탄한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처절한 반성과 혁신 없이는 쌍용차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암울하기만 할 것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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