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꿈이기도 했는데, 칸 초청 받게 돼 기쁘다…해외 관객들도 보기 편한 작품 만들고자 했다.”
‘헌트’로 영화감독에 도전한 이정재가 첫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에 입성했다. 예상하지 못한 성과가 물론 놀랍지만, 스태프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지금의 결과를 즐기고 있다.
21일 오전(현지시간) 칸 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는 영화 ‘헌트’의 감독 겸 배우 이정재가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 첩보 액션 영화다.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헌트’는 지난 19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화려하면서 압도적인 액션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약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정재는 자신의 꿈이 이뤄진 것 같다며 지금의 성과에 감사를 표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기쁜 일이고. 작은 꿈이기도 했는데, 초청을 받게 돼 기쁘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내가 쓰겠다는 생각을 안 했을 때는 그냥 멋진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랐다. 그러다가 내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는 해외 세일즈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그러면서 ‘영화제도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칸 영화제 가면 좋겠다고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러면서 해외 관객들도 보기 좋고, 또 이해하게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가 된 것도, ‘헌트’를 통해 영화감독이 된 것도 모두 의도한 일은 아니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의 결과를 얻게 됐다는 이정재는 겸손하게 지금의 성과를 평가했다. 다만 순간에 충실할 수 없는.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짜여있어야 하는 감독 역할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사실 그렇게 꿈이 크지는 않았다. 뭔가를 더 이루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나를 가열차게 움직이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공교롭게도 ‘오징어 게임’이 내게 오고, 의뢰를 받다 보니 감사한 마음에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도 또 각광을 받게 됐다. 이런 일들이 작은 점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연출은 좀 다른 부분도 있다. 연기자는 점 하나를 꾸준히 찍어나가는 작업이었다면, 연출은 좀 더 계획적이더라.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 또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작은 계획이 완성이 되면 또 더 큰 걸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시나리오를 하나 완성해야 하는 작은 기획에서부터 이 시나리오가 해외 팬들과 만나야 한다는 긴 계획까지 동시에 해나가려고 했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까지 아울러야 했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선택과 고민을 거듭하며 ‘헌트’를 만들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결국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기도 했지만, 본래의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차근차근 작업에 임했다.
“대다수의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여야 했다. 그러려면 여러 요소가 다 들어가야 했고, 그래서 시나리오 방향성을 잡는 게 어려웠다. 정지우 감독님, 한재림 감독님과도 너무나도 하고 싶었지만, 같이 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는 없었고, 그래서 나라도 쓰자는 입장이 됐다.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부분들을 해나가야 했는데,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던 사람으로선 매우 어렵고 곤란할 지경에 빠지게 된 거다. 4년 동안 시나리오만 쓴 건 아니고. ‘대립군’도 촬영하고, ‘신과 함께’도 촬영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조금 더 다듬으면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칸 영화제는 정해진 기간 동안 상영을 해야 하고 그런 부분들이 있어 충분한 시간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다만 시간과 모든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헌트’ 공개 이후 쏟아진 뜨거운 반응이 더욱 감격스러웠다. 첫 상영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여러 요소들을 신경 쓰느라 작품을 즐기지 못했다는 이정재는 ‘헌트’에 대한 반응을 보고 나서야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만 했던 작품들도 첫 시사를 할 때 긴장을 많이 한다. 특히 기자 분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첫 번째가 될 때가 많은데, 배가 아플 정도로 긴장을 한다. 이번에는 말도 자연스럽게 통하지 않는 해외 분들과 함께 시사를 보게 돼 더 긴장이 됐다. 영화는 전혀 못 보고, 영어 자막이 제대로 잘 들어간 건지 그런 신경이 쓰이더라. (반응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 영화가 안 좋으면 보시다가도 나가고. 다 끝났다 싶으면 바로 나가기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 끝까지 봐주시고, 오래 박수를 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함께 영화를 준비한 스태프들과 같이 박수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정재는 ‘헌트’에 대해 ‘모두가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서로를 존중하며 작업했고, 그렇기에 ‘함께’ 만든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정재는 자신의 역할은 물론, 스태프들의 역할도 거듭 강조하며 감사를 표했다.
“스태프들과 회의를 많이 하면서 후반 작업을 했다. 콘티 작업을 할 때도 그렇고, 내 고집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이분들이 최고의 전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했다. 모두가 아티스트들이다. 스태프들이 연출자가 하자는 대로만 할 수도 있지만, 열의와 욕심이 불타오를 때는 다 아티스트가 된다. ‘헌트’에서는 다 아티스트 역할을 하더라. 생각을 맞춰서 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이 영화에서는 실력을 뽐낼 거라는 욕심과 열의들이 있었는데, 의견이 안 맞을 때는 설득을 하기도, 설득을 당하기도 하면서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