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 국회 통과…내년 7월1일 시행
여러 배달앱 동시 이용…보험료 분담할 기업은 어떤 기준으로?
산재신청, 교통사고 보험 중 하나만 선택…실효성 낮다는 지적도
배달 라이더의 산재보험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련업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라이더들이 여러 배달앱에 동시에 등록해 일을 하는 만큼 근로자와 함께 산재보험료를 부담할 기업 주체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등 라이더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 29일 본회의를 열고 플랫폼 노동자들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2023년 7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배달 라이더가 일하다가 다치거나 숨진 경우에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전속성' 요건을 폐지한 것이 핵심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이라는 요건, 즉 '전속성' 때문에 사고 시 산재 보상을 받기가 어려웠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배달 기사의 경우 한 업체에서 받은 월 소득이 115만원 이상이거나 그 업체에서 일한 시간이 월 93시간 이상일 때만 '전속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여러 배달앱에 등록해 일을 하는 라이더들이 많은 만큼 실질적으로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러 배달앱 동시 사용…“현실적으로 소속 기업 정하기 어려워”
관련 업계는 라이더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라이더 등 노동계에서는 산재보상 등 실질적인 보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반면 배달앱 기업들 사이에서는 규모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현재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 업체들은 라이더들의 보호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소업체나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신규 업체의 경우에는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라이더 산재보험 적용 시 보험료를 라이더와 기업이 절반씩 부담해야 하는 만큼 라이더 숫자가 늘수록 보험료 부담도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규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수록 라이더 입장에서는 일터가 제한돼 배달비 인상 등 처우 개선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반응도 나온다. 산재 보험료를 함께 부담할 기업을 정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라이더들이 여러 배달앱을 동시에 이용하는 만큼 어떤 기업 소속될 것인지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소속 기업이 정해져야 산재보험료도 절반씩 부담할 수 있고 그래야 사고 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속성' 요건 폐지를 담은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처우 개선이라는 대의명분에는 한 발 다가갔지만 라이더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은 아니라는 의미다.
배달 중 사고가 날 경우 산재 신청과 교통사고 보험처리 중 하나를 선택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라이더 사고의 대부분이 교통사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처리속도가 빠르고 절차가 간편한 교통사고 보험을 이용하는 비중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라이더유니온 등 노동계에서는 산재보험 외에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정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배달료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