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총지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7% 증가…당기수지 적자
병·의원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보험급여 적용으로 진료비 급증 영향
전문가 "의료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모자란 만큼 결국 건보료 더 걷는 수밖에"
"의료보험 보장 범위 논의 필요…꼭 필요한 치료만 지원토록 급여 항목 제한해야"
지난해 당기 수지 흑자를 보이며 다소 넉넉했던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재정이 올해 4월 적자로 돌아서면서 건강보험료(건보료)가 또다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결국 부족한 돈은 건보료 인상으로 메우는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모든 치료에 지원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0일 건보공단의 재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건강보험 총수입은 25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4월 총지출이 27조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7%나 늘면서 건보재정은 4월 말 기준으로 1조7017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이용이 줄면서 수입 80조4921억원, 지출 77조6692억원으로 당기 수지 2조8229억원의 흑자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자마자 건보재정이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에 대해 올해 2월 3일부터 2개월간 보험급여를 적용해주면서 진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건보당국이 신속항원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동네 의원급 기준으로 검사 1건당 5만5920원(진찰료 1만6970원, 신속항원검사료 1만7260원, 감염 예방·관리료 2만1690원)을 건보재정으로 지원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그간 코로나 사태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렸던 환자들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보험급여비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결국 일상회복 과정에서 의료 이용이 늘면서 재정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하반기에 코로나가 재유행할 경우 건보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자 상태인 건보공단 재정을 메우기 위해서는 건보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난을 해결할 방법으로 건보료 인상 말고는 뚜렷한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후 사실상 완연한 일상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감기에 걸려도 가지 않던 병원에 다시 가게 되니까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연금도 오르고 있고 안 오르는 게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이상 해결 방법은 모자란 만큼 더 걷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은 많이 쓰면 적자가 되고 적게 쓰면 흑자가 되는 것"이라며 "이전에도 건보 재정이 계속 흑자였던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많이 만들었고, 여러 가지 보장성 강화를 했기 때문에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며 "결국 건보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되면 의료보험 보장 범위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욕구도 늘어나면 결국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치료를 보장해주는 것이 맞는지, 의료기관의 접근성 통제가 필요할지 등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초진도 대형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며 "경증은 1차 의료기관으로 가도록 게이트 키핑을 하고 접근성을 제한하면 무분별한 서비스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여라는 건 꼭 필요한 치료를 위해서 지원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치료까지 건보 지원을 하다 보니 적자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건보료도 간접적인 세금이기 때문에 아껴 써야 한다. 급여 항목을 함부로 늘리면 안 된다"며 "그런데도 부족하면 결국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