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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34년간 1000만명…‘일요일의 남자’ 송해의 세월이 갖는 힘


입력 2022.06.03 08:24 수정 2022.06.03 08:2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송해, '전국 노래자랑' 측에 하차 의사 밝혀

"아직 하차 결정 아냐...여러 가능성 두고 후임자 물색"

“송해 없는 일요일은 상상할 수 없다.”


‘딩동댕동’ 실로폰 소리가 울리고 “전국~”이라는 선창에 “노래자랑~”이라고 장단을 맞추면서 시작되는 시그널송은 일요일 점심을 알리는 일종의 ‘알람’과도 같았다. 1980년 11월 처음 전파를 탄 이후 무려 42년째 인기리에 방영된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KBS)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데는 진행자인 송해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송해는 1988년 5월 환갑이 지난 나이에 ‘전국 노래자랑’의 5대 MC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진행을 맡아왔다. ‘일요일의 남자’로 불리며 34년간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그가 만난 사람만 1000만 명이 넘고, 송소희·홍석천·김혜연·박상철·별·임영웅·이찬원 등 이 무대를 거쳐 스타가 된 이들도 많다.


ⓒ뉴시스

그가 수십 년간 MC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건 세대를 아우르는 입담이다. 만 3세 꼬마부터 100세가 넘는 고령의 참가자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날 것 그대로의 전국구 출연자들의 모습을 이끌어내는 능력도 압도적이고,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 있는 입담, 해학적인 표현도 송해 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


송해는 최고령 MC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등 수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뿐만 아니라 TV 음악 프로그램 최고령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지난 4월말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가 확정됐다.


송해의 영향력은 역설적으로 그가 하차한 이후 더 크게 부각됐다. 1994년 개편을 계기로 당시 67세였던 송해에서 김선동 아나운서로 진행자하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송해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워낙 좋지 않았다. 실제로 이 당시 시청률이 폭락하면서 개편 이후 불과 6개월 후 송해가 다시 복귀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물론 지금까지, 아흔이 넘는 나이까지 마이크를 지킨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방송사의 자랑거리지만 “무대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죽는 날까지 중도하차는 없다”는 열정을 보였던 송해가 하차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후 체력 저하를 겪었고 최근 들어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위중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잦은 병원 신세를 졌다. 결국 ‘고령의 건강문제’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아직은 송해의 하차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여러 가능성을 두고 후임 진행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


누가 되든 송해의 하차가 결정되면 대단한 진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송해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국 노래자랑=송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터라 누가 대신 마이크를 잡더라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송해가 무대에 서서 ‘전국~’을 외쳐주길 기다리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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