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직접 나서 ASML과 EUV 협력 지속
파운드리·메모리 등 모든 분야서 미세공정 수요↑
패권 다툼 격화…글로벌 행보로 불확실성 해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D램 핵심 기술인 ‘미세공정’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첨단 장비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오는 18일까지 유럽 출장길에 오르며 첨단 반도체 장비 확보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특히 네덜란드에는 시스템과 메모리 등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ASML이 위치해 있는 만큼 미세공정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기존 대비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향후 타이완 TSMC와의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을 위한 전략적 장비로 손꼽힌다. 대당 가격이 1500억원이 넘지만 미세공정 구현을 위해 수요는 여전히 높다.
현재 5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등 두 곳뿐이다. 다만 EUV 보유 대수와 미세공정 파운드리 점유율 등에서는 TSMC가 크게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EUV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서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에도 EUV 장비 확보를 위해 직접 ASML 본사를 찾은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당시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마르틴 판덴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지난 2016년 11월에는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19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의 노력 덕분에 삼성전자와 ASML은 EUV 관련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해 초기부터 ▲EUV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소재 개발 ▲장비 생산성 향상 ▲성능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EUV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착공을 앞두고 있는 경기 평택 3캠퍼스(P3)에서도 EUV 장비를 반입해 7세대 적층(V) 낸드플래시와 함께 10나노급 D램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P3 라인에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스템과 메모리 등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미세공정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대만의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부회장의 글로벌 광폭행보가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방문으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와 관련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유럽에는 인피니언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등 대형 반도체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