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실적 서프라이즈 기록했음에도 주가 상승 제한"
실제 호실적·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주가는 연일 박스권
반도체 품목관세 가능성 크고 미국, 대중국 압박카드로 반도체 활용 전망
"미국발 관세 우려 이미 반영된 만큼 과도한 공포심은 경계해야"
미국이 관세폭탄을 터뜨리며 개시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업의 경우 세계 패권과 직결된 미중 인공지능(AI) 기술경쟁과 맞물려 운신 폭을 넓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택할 수 없는 반도체 기업 사정상 무역전쟁의 출구가 뚜렷해지기 전까진 주가 변동성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발 관세 우려가 반영된 만큼 과도한 공포심은 지양해야 하고 특히 주가가 저평가 된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4~18일) 국내 반도체주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삼성전자는 5만4700원~5만6600원, SK하이닉스는 17만4000원~18만600원, 한미반도체는 6만4700원~7만3200원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관련 흐름은 국외에서도 확인된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6% 늘었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1% 내렸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TSMC가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주가 상승이 제한됐다"며 "TSMC는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 아직까지 고객 행동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관세,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시장 우려를 낮추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 부과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이 대중국 압박카드로 반도체를 적극 활용할 경우, 산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이어 인텔에도 반도체칩 대중 수출 관련 사전 허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래 패권과 직결된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초 재료'가 되는 반도체 수출을 옥죄는 모양새다.
미국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규정을 위반해 중국 딥시크에 반도체를 고의로 제공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과도한 공포심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미국발 관세 우려가 이미 반영돼 주가가 저평가 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엔비디아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며 "엔비디아는 높은 영업마진에 기반한 ROE(자기자본이익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익 수준 대비 주가만 하락한 경우로 절대적 수준에서 주가 상승세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수출 통제에 따른 향후 실적 우려가 반영돼 직전 고점 대비 12% 하락했다"며 "현 주가가 12개월 선행 PBR(주가순자산비율) 0.86배에 거래되고 있어 향후 하락 위험보다 상승 여력에 초점을 둔 종목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PBR이 1배보다 낮다는 건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자산)를 밑돌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