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원론적 입장 펼치며 사실상 용인
"집회결사의 자유는 중요한 기본권"
과격 시위 수준, 與에서도 우려 나와
"대통령은 법 따지는 자리 아닌 정치를 하는 자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이어지고 있는 일부 보수단체의 시위 문제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된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나"라며 개입을 자제하고 원론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 시위의 수위를 문제삼으며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관련된 질문에 '법'을 강조하며 이들이 특별한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사실상 시위 개최 자체는 용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해당 문제에 있어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하기로 한 배경에는 그가 줄곧 강조해 온 '자유'의 가치관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법의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의 집회를 임의대로 제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게 맞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가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집회결사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임의대로 억누를 수 없다"며 "하지만 이미 일부 시위자에 대해서는 고소가 이뤄져 있으니 불법행위가 있고 범법이 있다면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 받을 것이라는 원칙을 윤 대통령이 얘기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의 수위가 워낙 과격하고, 사저가 위치한 양산 평산마을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강도 높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심한 욕설과 소음이 난무하다 보니 병원 치료까지 받는 주민들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라니 윤 대통령은 차라리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폭력적인 욕설시위를 방치하고 더 나아가 부추기겠다는 입장 표명에 더 가깝다. 현 대통령을 향한 시위가 전 대통령에 대한 시위와 같나"라 비판했다.
또 "전직 대통령과 그 주변에 사는 일반 주민이 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살인 및 방화협박, 고성에 의한 모욕 등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사저 주변 주민들의 피해도 나 몰라라 하겠다는 그 태도는 심각한 상황인식의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민주주의 발달을 위해서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가) 자제해 주시는 게 맞는 것"이라 중단을 바라는 목소리를 보냈다.
법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는 원칙론과 주민들의 현실적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윤 대통령이 정치권의 문법으로 해당 사안을 바라보고 융통성 있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도왔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연속으로 선출되면서 정치가 실종돼 가는 것 같아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 전 의원은 "만약 시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으로 시위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자제를 호소 드린다. 마을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의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통합으로 나아가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편을 겪고 계신 문 전 대통령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정도의 답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양념' 발언을 했던 문 전 대통령과 비교가 되면서 지지도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금 전 의원은 "대통령은 법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고 정치를 하는 자리"라며 "며칠 전부터 이 얘기가 나왔는데 주변에 이 정도 얘기해 줄 사람이 없나. 여기가 정말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할 수 있는 지점이고 따라서 이 발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가 없는데 눈치들을 보는 것인가"라 거듭 아쉬움을 드러냈다.